패널 :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
이해관계자가 많은 회사와 금융기관의 회계정보는 공공재이다.
회계감사시장은 감사서비스의 수요과 공급 측면뿐만 아니라 정보생산자와 정보이용자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감사서비스 수요자인 경영진(재무제표 작성)과 감사서비스 공급자인 외부감사인은 모두 정보생산자이며, 주주, 채권자, 세무당국, 금융당국, 노동자, 기업(신용)평가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다.
공공재인 감사서비스의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이 수요·공급의 법칙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정보이용자의 요구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즉, 더 정확(적정)하고, 공정하고, 신속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감사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인 정보생산자에게 모두 유인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감사보수에 반영돼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국민경제에 영향이 큰 상장회사와 금융회사의 외부감사인 선임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자가 적은 비상장회사의 경우, 주주 및 채권단이 직접적인 통제수단을 갖고 있다(주주권 행사, 대출 실행 여부 등).
상장회사의 경우, 소액주주가 주주권 행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채권단도 회사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 감독과 통제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자유수임제도를 보완의 수위에 따라 몇 가지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1안은 가장 강력한 방안으로 자유수임제도를 완전히 포기하고 완전한 지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여러 장단점이 있으나, 가장 크게 감사인의 독립성은 확보라는 장점이 있으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단점이 있다. 감사품질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으나,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다
2안은 자유수임을 일부 포기하고 일부 지정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정 제도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자유수임과 지정은 완전히 단절돼야 한다. 따라서 일부 지정 제도를 선택할 경우, 지정감사인이 지정 기간 이후 자유수임으로 계속 감사인이 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2-1안은 지정 대상 회사는 전부로 하되, 자유수임과 지정을 혼용하는 것이다(예 6년 자유수임+3년 지정).
자유시장을 존중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약간 혼합한 방식으로, 일단 지정을 받을 경우 자유수임 감사인도 사후 검증을 받게 되므로 회계 투명성을 높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감독을 감사인간의 품질 경쟁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2-2안은 지정 대상 회사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다. 지정사유를 넓힌다고 해도 극히 일부분이며, 현재의 회계감사시장의 구조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3안은 자유수임을 유지하되, 계약기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감사인 강제 교체로 인한 감사품질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그 효과가 크지 않다.
4안은 자유수임을 유지하되, 선임권한을 독립적인 기관으로 하는 것이다. 선임기관의 독립성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효과가 낮을 것이다.
1안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면, 다른 안들은 혼용이 가능하다.
최근 외감법과 시행령 개정으로 지정 대상회사의 범위를 넓혔다. 감사인 지정 대상이 되는 재무기준을 부채비율이 동종업종 평균의 150%를 초과하는 회사 중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고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회사로 정했다.
또한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기업 중 주채권은행이 요청하는 회사, 횡령·배임 사건 발생 회사, 내부 회계관리 제도가 미비한 회사 등도 감사인 지정 대상에 추가했다.
지정 사유를 더 확대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상장회사 중 최대주주가 자주 변경된 경우: 최대주주가 자주 변경되는 회사에서 회사 자산 탈취 등의 행위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해외자산 등의 비중이 높은 경우: 회사 자산 중 상당 부분이 해외 자회사의 주식이나 해외에 투자한 자산인 경우, 정보의 접근 가능성이 떨어져 분식회계의 가능성이 높다.
불성실공시 등으로 거래소의 제제를 받은 법인과 정정공시 과다 법인: 회사가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내부통제제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분식회계의 가능성이 높다.
주주대표소송을 당한 법인: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이 회사에 손실을 끼친 행위가 있었거나 그러한 논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므로, 경영진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 공정한 감사가 필요하다.
과거 횡령, 분식 등의 혐의로 법정형을 선고받은 자를 임원으로 임명한 법인: 회사가 분식, 횡령 임원을 임원으로 선임하지 못하게 해 경영진의 도덕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임원들도 이러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분식, 횡령을 기피할 수 있다.
상장 초기, 대규모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 법인: 높은 주가를 유지하려는 유인이 있는 법인의 경우, 분식회계의 가능성이 높다.
비정상적인 주가 변동이나 내부자 거래로 조사가 진행중인 법인: 작전주, 테마주 등 주식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법인의 경우 허위 공시나 허위 실적 발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감법 7조를 위반한 법인: 재무제표 미제출, 부실 제출, 대리 작성 요구 등의 경우 지정이 필요하다(감사 중인 감사인이 자발적으로 신고할 경우, 현 감사인으로 3년간 지정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감사인들도 문제점에 대해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중 하나의 변동폭이 큰 회사: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제재조치를 받은 상장법인 86곳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분식기업은 취약한 재무구조, 적자 시현, 부실한 내부통제, 계속기업 의문 등의 특징을 보인다.
기업측에서 지정제도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계감사가 엄격해지면 업무부담 및 비용이 커지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지정제도 반대의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감사보수에 대한 부담은 다음과 같은 방안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감사보수는 회계정보를 이용하는 모든 수익자에게 부담해야 한다. 회사만 감사보수를 부담하는 것에서 다른 이용자들도 부담하도록 개선할 수 있다.
첫째, 회사가 회계정보가 가장 주요한 이용자(자금조달 등에 필수적임)이므로 1차적인 부담자이며, 둘째, 투자자, 세무당국, 감독당국 등도 주요한 이용자(투자정보, 과세 및 감독활동)이므로 부담할 수 있다.
2013년 상장법인 감사수임료는 1816억원이다. 회계정보는 공공재이므로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걷은 세금으로 일정 정도 부담할 수 있다.
증권거래세의 최근 5년 평균 약 3조5000억원으로 대부분이 상장회사 주식의 거래에서 발생하는데, 증권거래세의 1%를 회계 투명성을 위한 목적으로 부가세를 신설할 수 있다.(증권거래세율이 유가증권시장 주식은 양도가액의 1000분의 1.5, 코스닥시장 주식은 양도가액의 1000분의 3. 예를 들어 1억원의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양도하면 15만원의 증권거래세가 과세되며, 이에 대한 1%의 부가세라면 1500원이다)
또한, 회계정보의 주요이용자인 금융기관 등이 기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이전에는 감사보수에 대한 최소 요율이 있었으며,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 이를 재도입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감정평가사는 수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최근 신용협동조합의 외부감사에 대해서는 최소 감사시간을 제시해 감사품질을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감사시간은 감사보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므로, 반드시 감사보수에 대한 기준이 아니더라도 감사시간 등의 다른 요소를 통해 감사보수를 개선시킬 수 있다.
감사인의 비감사업무를 제한해야 한다. 감사인이 감사보수 외의 다른 업무로 피감사회사와 금전적 관계를 맺는 것은 독립성을 훼손한다.
기본적인 감사, 증명 업무, 세무조정 이외에는 업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점차 다양한 비감사업무를 제공하기 때문에 제한할 업무의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움이 있다.
제한할 비감사업무를 나열하기보다 비감사업무의 수익이 감사수수료의 일정 비율 이상이 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피감사회사를 대상으로 한 비감사업무 제한 외에도 피감사회사의 지배주주나 임원에 대한 업무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감사인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법과 시행령 개정으로 감사인의 감사업무분장을 공개하도록 했는데, 내용이 미흡하다. 금융감독원에서 양식을 만들어 제시했는데, 처음 논의됐던 것보다 미흡하므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손해배상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손해배상 공동기금을 확대하고, 책임보험 가입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