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 이유를 두 가지만 들겠다.
첫째는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 온 행태다. 표심에 좌지우지되는 정치권이 기득권층과 이익단체 특히 유권자의 반발을 외면하고 나홀로 개혁 강공드라이브를 완주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정치권이 주도하는 개혁이 요즘 비난 받고 있는 ‘관피아’ 주도의 개혁보다 나은 적이 있었던가 말이다.
둘째, '정상화 실패'의 여러 사례 중 하나가 캐캐묵은 종교법인 과세문제다. 예술품에 대한 비과세도 문제다. OECD국가 중 종교법인에 대해 세금 면죄부를 주는 나라가 몇이나 있는가? 우리만 비정상이다.
종교인 과세, 국회는 왜 가로막았나
2013년 겨울,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높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를 거론한 이래 성역 아닌 성역의 자리를 지켜왔던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가 2012년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 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언급하며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박 장관의 발언은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지만 정계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묻히고 말았다.
그리고 2013년 8월 세법개정안에 종교인에게도 과세하겠다는 내용을 넣는 등 기재부가 종교인에 대한 과세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지난해 12월 종교인 과세가 통과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박 장관이 발언했을 당시에는 MB정부 말기였지만 지난해에는 비교적 표심에 자유로운 박근혜 정부 초기였기 때문에 과거보다 통과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음에도 결과는 '보류'였다.
아직까지 과세 인프라가 미약하고 과세 방법에 대한 종교계의 합의가 다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종교인 과세가 통과되지 않은 이유였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표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지역구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종교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고 비례대표 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결과는 표심에 좌우되는 정치권의 생리대로 흘러갔다.
그렇게 2013년은 지나가고 다른 대안을 가져오라는 조세소위의 요구대로 정부는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사례금)으로 하고 필요경비 80%를 인정해주는 원안 대신 '종교인 소득'을 신설하는 안을 가져왔다.
1안은 80%의 필요경비를 인정하는 대신 소득구간별로 차등 과세하며 2안은 근로소득공제율을 적용하고 각종 세액공제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었지만 조세소위 논의 테이블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2월 임시국회 당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의 트위터 문제가 불거지면서 야당이 기재위 의사일정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 그 여파가 4월 임시국회까지 가면서 아예 논의될 시간조차 없어보였지만 사실 종교인 과세는 조세소위 안건으로 올라가 있지도 않았다.
6·4 지방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의원들의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인 셈이다.
지난해 종교인 과세로 한창 시끄러웠을 당시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반토론을 하는 한 토론회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들었던 이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다.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신도들이 걱정할까봐 밥을 한답시고 불을 떼며 굴뚝에 연기를 내는 것이 바로 종교인이다"
종교인은 사명을 가지고 사회에 봉사를 하는 사람이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낼 수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이를 듣던 한 교수는 "선생님과 교수들도 근로자가 아니지만 세금을 낸다"는 말로 반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상당한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신도들을 위해 봉사한다고는 명목으로 비과세를 한다면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비과세를 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종교만이 신성한 것이 아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4대 의무인 근로, 국방, 납세, 교육 등 모두가 신성한 것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신성한 근로를 하는 사람, 최일선 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애쓰는 선생님, 세금징수를 위해 애쓰는 세무공무원도 세금은 낸다.
국회의원들은 우리사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기 위한 법안을 만드는 입법기관인데도 지난 수 십년동안 종교법인에 대한 과세를 외면해 왔다.
종교법인에 대한 과세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조세전문가들이 떠들고, 시민단체가 주장하여 요즘 소위 개혁대상인 공무원들이 종교법인 과세안을 만들었다.
종교인 스스로도 세금을 내겠다고 하는 마당에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정치권이 과연 '관피아'를 개혁할 수 있을까?
종교법인 과세문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