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내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부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던 종교계가 한 발짝 물러서 납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모양새다. 아직까지 종교계 전체를 아우르지 못했지만, 헌금 등 대가성이 있는 소득에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세법으로 정해 강제 징수하는 방안에 대해선 여전히 고개를 젓고 있는 상태다.
14일 '정교분리 윤리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시국대책위원회(이하 시국대책위)'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종교인 과세 방안과 관련해 종교인들이 진정성 있게 납부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논의를 해서 일반 국민만큼 (세금을)부담하겠다"며 "하지만 세법으로 정해서 강제징수 하는 방안이 아닌 자발적으로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세금을 내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종교인 과세 공청회'가 열렸다.
당초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찬성과 반대를 아우르는 의견을 통해, 종교인 과세 실효성이 확보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논의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토로한 내용들뿐이었다.
구체적으로 "각종 사회사업으로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사회와 국가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정교(정치교회)분리 원칙에 어긋난다.", "교회재정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근거로 종교인 과세 반대 주장을 펼쳤다.
또 일부 참석자 중에는 "종교간 본질적인 차이로 인한 문제를 간과하고 기독교만을 표적으로 하는 세법이 과연 형평성과 공정성을 가진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언급까지 내놨다는 전언이다.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움직임은 '세금을 내냐, 내지 않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 지난해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가 통과되지 못했던 것은 '과세방식' 때문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과세하고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며 원천징수(원천징수세율 20%)만 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과세를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종교계가 이에 반발, '종교인 소득' 항목을 신설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종교계의 입장을 수용해 정부가 대안을 가져올 경우 논의테이블에 올리기로 하고, 계류시켜 놓은 상태다.
기재부는 또 당초 방침이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비판에 따라, 소득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종교계 입장을 받아들여 종교인들이 직접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기 위해 아예 원천징수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국대책위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에서) 자발적인 납부를 반대한다면 많은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법으로 정할 경우 세무조사 등이 전제되어 있는데, 장부를 볼 수 없는 천주교나 장부가 없는 불교의 경우와는 기독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법으로 한다면 정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한편 종교인 과세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음에도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무리하게 법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