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이 통하는(심통·心通) 소통문화를 중시하는 동수원세무서 주광열 세무서장(사진)의 방은 언제나 열려있다.
주 서장은 이름을 직접 부를 정도로 직원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동생대하듯 그들과 어울린다. 직원들 또한 서장을 형님으로 부르며 스스럼없이 아무 때나 서장의 방을 찾아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는 직원들과 치맥(치킨+맥주)을 함께 하는 소모임을 자주 가진다. 모임은 퇴근 시간 이후 희망자에 한해 '번개'로 이뤄지며 젊은 직원들이 많은 세무서 안에서는 인기 만점이다.
동수원세무서는 지난해 화성세무서가 신설되면서 관할구역 조정이 이뤄져 납세자 수가 5200명 가량 늘어났다. 직원정원은 오히려 3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세무서 직원 1인당 담당해야 할 사업자나 과세자료가 중부지방국세청에서 가장 많다.
주 서장이 즉석 소모임을 자주 갖는 이유는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개인적인 애로사항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격무는 과장들이 챙기니 서장은 직원 애로사항을 세심히 보살피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납세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젊은 직원들이 가진 열정과 패기를 스스로 발산하도록 조용한 조력자 역할에 만족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될 수 있으면 긍정적 사고를 할 것을 주문한다. 같은 일도 ‘때문에’라고 생각하기보다 ‘덕분에’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직원들의 개인발전은 물론 곧바로 업무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가난 때문이 아닌 가난 덕분으로 더 열심히 사는 법을 배웠고, 허약하게 태어난 덕분으로 열심히 운동해서 장수했다. 배우지 못한 덕분으로 세상에서 만난 사람 모두에게서 뭔가를 배우려고 노력했다”는 일본 마쓰시타 창업주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그래서였을까. 부족한 인력 ‘덕분’으로 생각해서인지 동수원세무서 직원들은 밤샘작업은 물론이고 휴일도 잊은 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일을 찾아서 챙기는 데 남녀노소가 없다. 몸으로 확연히 느낄 만큼 긍정에너지가 세무서를 가득 채우고 있다.
Q. 전직 국세청 고위간부의 부적절한 행위로 국세청에 대한 국민신뢰가 무너져 소속 직원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 직원 사기진작을 위해 동수원세무서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A. 동수원세무서는 전통적으로 중부청 내에서 세수 기여도가 매우 높은 명품세무서다. 명품세무서는 서장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혼연일체가 돼야 이뤄질 수 있다.
즉, 국가재정수요라는 본연의 임무를 달성하면서도 관내 납세자의 불평불만이 없도록 납세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고, 직원 상호 간에도 서로 응집할 수 있도록 한마음이 돼야 가능한 것이다.
대외적으로 세정자문위원회 활성화로 과세인프라에 의한 엄정한 세원관리, 공정한 세정운영 등을 홍보하고 있다. 우리 세무서가 지역사회의 발전과 사회복지시설의 봉사활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섬으로써 납세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직원 상호 간 의사소통을 위해 형식을 탈피한 티타임과 간단한 호프모임 등을 수시로 가지도록 권장하고 있고, 서장도 직원들과 융합하기 위해 모임에 가능한 많이 참석함으로써 상하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소모임을 통해 업무적인 면은 물론 업무 외적인 면에서도 원활한 소통을 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팎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믿음직한 직원들을 보면서 격려하고 있고, 직원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함께 느끼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최근 국세청이 기업인들과의 접촉금지 등을 강도 높게 시행하고 있다. 세원관리방식의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A. 우리 동수원세무서는 공직자의 윤리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소속 공무원의 청렴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분기별로 1회 이상 국세청 공무원 행동강령, 국세청 청렴 정책안내 등에 관한 청렴교육 자료를 활용하여 청렴 교육을 실시하고, 신규임용된 직원에 대해서는 업무매뉴얼에 대한 교육 못지않게 청렴 교육을 강화해 오고 있다.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열어가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공직자로서 우리세대의 책임과 역할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6월에는 ‘근자열(近者悅: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을 주제로 석성장학회 조용근 회장을 초빙해 특별강연도 가졌다.
최근 국세행정은 직접 현장조사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는 공무원이 납세자와 직접 접촉해서 처리할 일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통합시스템을 통한 전산관리로 납세자의 각종 신고에 대한 사후관리, 분석과 자료처리 등이 이뤄지고 있듯이 대부분의 업무분야에서 전산 정보시스템에 의한 세원관리방식으로 변경되어 가고 있음을 설명하고 싶다.
Q. 경기침체 장기화로 체납액이 많아지면서 일선 세무서 직원들의 업무 강도와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체납정리분야에 상당한 실적을 올린 체납세액 징수 모범사례를 듣고 싶다.
A. 체납처분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집행하다 보면 납세자들의 원성을 사게 되고 느슨하게 집행하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 아래에서 징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양면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체납업무라고 할 수 있다.
체납업무는 국세공무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면서 개인적인 체납실적이 성과평가 등에도 반영되므로 체납자에게 납부독려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체납자의 일부는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욕설 등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체납자도 적지 않다. 직원들은 그만큼 체납자가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쳐 있음을 이해하면서 이를 극복해 내고 있다.
거액의 양도대금을 받고도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A 씨가 있었다. 담당 직원이 수차례 주소지에 출장했으나 항상 부재중이고 전화연락도 되지 않았다. 재산은닉 등 체납처분회피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즉각 현장기동팀을 편성했다.
현장기동팀은 일몰 전 주소지 부근에서 잠복했다가 야간에 귀가하는 A 씨를 만났더니 거세게 저항했다.
A 씨는 양도대금을 모두 채무변제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기동팀은 A씨 집 응접실 탁자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발송한 서류를 발견했다.
기통팀은 이 서류를 토대로 체납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상가를 분양받은 사실을 확인, 마침내 분양권을 압류하고 완납을 약속한 분납계획서를 받게 됐다. 현장에서 확인한 사소한 단서를 갖고 체납 세금 전액의 채권확보를 한 사례다.
Q. 활기찬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동수원세무서에서는 어떤 일들을 추진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A. 동수원세무서는 여러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중 독서동호회, 등산, 탁구, 당구, 배드민턴, 볼링 등 6개의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우리 세무서 창의학습동아리는 국세청 본청에서 주최한 창의학습동아리 대회에서 2013년 상반기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직장생활에서는 업무의 성취도 못지않게 직장 선후배 또는 동료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사기가 진작된다. 그래서 조사요원 등 내부시험 합격자나 생일 자 등에 대한 축하행사뿐만 아니라 수시로 소모임을 가지도록 직원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또한 직원 상호간 화합과 소통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수원근교 광교산 등반대회를 수차례 가졌고 우리세무서 내의 건강한 미혼 남녀 직원들 간의 좋은 인연을 위해 만남의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 동수원세무서는 연고지 없는 신규직원과 원거리 출퇴근 직원을 위한 합숙소를 4가구 운영하고 있으나,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예산상의 어려움은 있지만, 합숙소가 부족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규 임용된 직원들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국가공무원이 된 만큼 자긍심을 심어 주려 노력한다. 특히 국가의 재정수입을 담당하는 국세공무원에 맞게 확고한 국가관을 갖고 자기개발과 실무능력을 갖추고 업무에는 열정을 갖고 즐기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또한, 임용된 직원들의 부모님께 감사의 편지를 함으로써 자녀 양육에 대한 보람과 함께 국세 가족의 일원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수년 전부터 나눔과 봉사가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기관들도 음으로 양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동수원세무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A. 동수원세무서는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2011년에는 영통 사회복지관에 관내 독거 어르신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도시락 봉사에 필요한 그릇을 기증하며 지속적인 후원활동을 약속했으며 2012년부터는 나사렛집에서 생활하는 여학생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도록 성금을 전달하는 등 반기별로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명절에는 ‘따뜻한 세정’의 하나로 사회복지 법인 성심동원을 찾아 위문금품 지원했고 관내 화성 능동지역 아동센터에 찾아가 직원들의 정성이 담긴 위문품을 전달하고 식사준비 및 청소 등 노력봉사를 했다.
장학재단인 석성장학회 및 세정자문위원회와 함께 나사렛집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조손 가정 등의 자녀들에게 매 학기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경기도 오산시 두곡1동과 1사1촌 자매결연 협약식을 체결, 반기별로 오이농가 일손돕기, 무 뽑기, 감자 캐기와 불우학생에게 성금전달 등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고 지난해 3월 시립노인회관 준공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봉사활동에 지속적,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며 봉사활동을 통해 직접 수확한 감자, 무 등을 많은 직원과 가족들이 구매해 결연마을의 수익창출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할 작정이다.
Q. 최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다방면의 행정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동수원세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A. 동수원세무서는 세수 부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발적 성실신고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신고 세수를 늘리는 한편, 사후검증을 강화하여 세원특성 및 지역 실정에 맞는 세원 발굴 활동을 활성화하고 있다.
지능적이고 반사회적이며 탈세 혐의가 큰 분야와 탈세 규모가 크고 경제적 부담능력이 있는 납세자에 세정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세무조사, 세원관리, 체납징수 등 현장중심의 세정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지하경제 양성화와 현장 세정활동 강화에 따른 성실 납세자의 권익침해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납세자 의견청취에 따른 자체점검, 현지확인 등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Q. 지하경제 양성화 관련 애로사항은 무엇이며, 현장에서 봤을 때 제도적으로 개선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A. 지난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300조 원이 넘어 제도권 경제의 4분의1 수준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왔다.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조세정의확립은 물론 국민통합과 사회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속해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재산노출을 꺼리는 재산가들이 양성화 방향에 역행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으며, 과세인프라에서 벗어나 있는 지하경제를 제도권으로 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지하경제 세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한국 금융정보분석원(FIU)법을 강화해서 금융거래정보를 온라인 및 실시간으로 국세청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며 외국 FIU와 정보교환을 확대해서 역외탈세에 대한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지하경제를 축소하려면 금융거래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거래에 반드시 금융기관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정보가 많이 노출돼 신고금액도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하경제 양성화와 현장세정 활동강화에 따른 납세자의 권익침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납세자권익보호 및 권리구제장치를 강화, 선진시민으로서 납세자의 권리와 의무가 조화되는 올바른 납세의식이 자리 잡도록 제도개선이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세수 난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도가 유례없이 높다는 불만이 많다.
A.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세정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탈세는 국가 세수감소는 물론이고 소득분배악화, 사회감시비용증가, 근로의욕저하, 사회 양극화 심화 등으로 국민들 삶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숨은 돈이 많으면 누군가는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성실한 납세자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게 된다. 따라서 어려운 현재 상황을 변화와 소통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면 오히려 국세행정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도 정부, 국세청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는 세금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지지해 주기를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