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매출 드러날까'...금융위원장 "유한책임회사도 외부감사 검토"

외부감사 회피 목적으로 유한책임회사 조직변경 증가

해외 본사에 로얄티 지급하는 방식으로 법인세 회피

김병환 "유한책임회사도 외부감사 대상 포함 방안 검토"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외부감사 회피 꼼수를 막기 위해 유한책임회사까지 대상을 확대시키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신외감법이 시행되면서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한 회사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외국계 기업 한국 현지법인이 유한책임회사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을 통해서 대규모로 해외로 빼돌리기가 용이하고, 해외 본사에 로얄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산이나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에는 외부감사의 대상으로 하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최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데는 외부감사법 적용을 회피 부분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며 "회사 형태와 관계없이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유한회사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으며 출자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 반면 유한책임회사는 출자 사원이 경영에 참여하며 1인당 1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외부감사 대상 회사는 총 4만1658개이며 이 중 유한회사가 62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법상 외부감사 의무규정 적용대상은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로 한정돼 있다. 유한책임회사는 외감법 시행 이후에도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없어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 매출 등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유한책임회사로 회사 조직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한책임회사가 도입된 2012년에는 32개 회사가 설립등기를 신청하는데 그쳤지만 지난 8월 기준 201개로 6배 이상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2016년), 아디다스코리아(2017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이베이코리아(2019년), 구찌코리아·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2020년) 등이 있다. 중국계 e커머스인 테무는 유한책임회사로 출발했다. 티몬·위메프 사태의 주범인 큐텐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유한책임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조직을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기업들이 외부감사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유한책임회사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지난 2022년 '회계·세무와 감사연구'에 실린 '신외감법의 도입과 유한책임회사' 논문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변경해 외부감사를 회피한다면 감독기관이 해당 기업을 관리할 방법이 없어진다"며 "이는 국내의 회계투명성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대규모 배당을 통해 국외로 반출하더라도 파악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