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미비로 혼란 초래…"일단 내고 보자"
지난 7월 처음으로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자신신고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이 미비해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는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명분도 약한데다 준비마저 소홀해 신고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했다"며 애매한 규정으로 인해 국세청과 불필요한 분쟁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법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과세금액을 산출하기 힘든 사례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과세당국에 질의하면 일단 모두 과세대상에 포함시켜 세금을 납부하고 보라는 식의 답변이 되돌아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50대 50 합작회사의 경우 지배주주를 판단하기 불가능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한 합작회사 관계자는 "그룹과 그룹간 기술제휴를 위해 정확히 50대 50으로 출자한 회사여서 과세대상인 지배주주를 판단하기 힘들어 과세당국에 물어보니 두 회사 모두 과세대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황당해 했다.
그는 이어서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목적이 대주주가 출자한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줘 편법적인 증여와 상속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50대 50 합작회사의 경우 구조적으로 어느 일방의 합작파트너가 출자한 회사에 이익을 몰아 줄 수 없다"며 현실을 무시한 과세라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의 경우 출자지분이 50대 50 이고 임원구성도 나눠져 있어 실질적으로 어느 한쪽에 경영권이 있다고 보기 힘든 경우 그룹계열사에서 제외한다"며 "유독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에서만 양쪽 모두를 지배주주로 보고 있다"며 법논리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기술, 용역, 저작권 등 수출은 "수출 아니다" 과세대상
이번 세금신고를 마친 세무담당자들은 과세대상에서 제외시켜주는 수출 항목에 대한 규정도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다.
IT업체의 경리담당자는 "시행령 단서에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수출의 범위를 제품 및 상품으로 규정해 놓고 있어 기술을 수출하거나 기술자를 파견하는 경우 과세대상 여부가 애매모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신고금액을 계산하며 기술 수출과 기술자 파견으로 인한 매출을 수출로 불수 있는냐는 질의에 대해 과세당국은 법에 규정된 제품과 상품이 아니므로 과세대상에 포함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허탈해했다.
건설회사의 경우도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은 모두 용역수출로 분류되어 '제품과 상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 신고납부 때 해외 매출분을 모두 과세대상에 포함시킬 수 밖에 없었다.
한 대기업의 조세담당자는 "정권초기의 주요 이슈인데다 경제민주화를 이루자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모두 신고대상에 포함시켰다"며 "법규정을 불분명하게 만들어 놓고 애매하면 무조건 다 내라는 식의 세금징수는 지나친 조세편의 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법무법인 화우의 전오영 변호사는 “매출을 공제해주는 수출에 포함되는 상품의 범위에 용역이나 수수료 로열티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어 현장 실무자들이 시행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다”며 "관련 규정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과세목적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승영 박사는 "과도하게 복잡해진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 조항의 내용을 살펴볼 때 원점에서 다시 접근해야 한다"며 "일감몰아주기 거래를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존폐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