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다.
1일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이 CJ그룹으로부터 골프, 룸살롱 접대 및 금품수수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국세청은 삽시간에 충격의 도가니에 빠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세풍(稅風) 사건 이후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당초 지난달 31일 저녁나절, 송 서울국세청장의 거취와 관련한 심상치 않은 소문들이 나돌았지만 대다수 국세청 사람들은 '설마'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설마'가 사실로 확인된 것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였다.
송 서울국세청장은 지난달 27일, 은밀히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기소 중인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의 접대 및 금품제공 진술에 대한 확인 차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이후 거취여부를 고심한 송 서울국세청장은 이날 아침 청사로 출근, 김덕중 국세청장에게 조직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고 싶다는 말과 함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서울국세청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국세청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향후 사태추이와 관련한 다양한 전망과 해석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은 송 서울국세청장이 사의 표명으로 사실상 자신과 관련한 혐의를 인정한 꼴이 되면서 사법적 처벌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처벌을 받을 만한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금품을 받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액수와 상관없이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만약 송 서울국세청장이 수사대상에 오른 것이라면, 절차상 인사권자가 사표를 수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후속 인사 등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덧붙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송 서울국세청장 뿐만 아닌 다른 지방국세청장급 또는 국장급 고위간부도 CJ그룹으로부터 '관리'를 받았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추가적인 진술을 토대로 한 검찰 조사가 이뤄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세청 안팎에서는 특정 지방국세청장의 성명을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2006년 당시 CJ그룹 주식이동 조사를 담당했던 전·현직 국세공무원들도 줄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송 서울국세청장이 성급한 판단으로 오히려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환 조사 이후 처벌 가능성이 낮아 인사조치 등 기관통보만 한 상황이라면 조직의 안정을 위해 사건이 다소 진정되는 시점을 사의 표명 타이밍으로 잡았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다.
다만 '소문'이 빠른 국세청 조직 특성상 금품수수 혐의로 소환 조사까지 받은 마당에 지방국세청의 수장으로서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측에서는 서울국세청장 부임 직전, 투명한 국세청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본청 감사관을 지낸 인물이 금품수수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세청의 대국민 신뢰가 더욱 급속히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