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관세행정 지형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관세행정의 핵심 키워드였던 'FTA'가 기세를 내리고 '세수확보'가 빈자리를 대신해 가는 모양새다.
최근 관세청의 행보가 직접적인 '증거'다.
관세청은 백운찬 관세청장 취임 이후 단 열흘만에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을 발족, 밀수와 불법 외환거래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연간 47조원(관세청 추정치) 규모의 지하경제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꼽은 만큼, 이에 보조를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국세청과 함께 세입징수의 양대산맥인 관세청이 공격적인 세수확보를 추진,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에도 기여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지난 2∼3년 동안 FTA지원에 행정의 무게중심을 실어왔다. 하지만 향후 5년 동안 135조원의 추가재원 마련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계획을 감안할 때, 세입징수기관으로서 관세청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대(對)기업 관세조사 인력을 현재 대비 2배 늘리고, 관세를 부당하게 환급받는 사례를 적극 차단해 국고누수 통로를 틀어막는 등 세수확보로 관세행정의 방향타를 재설정한 모습이다.
□ 관세청, 세수확보 '총력전' 모드 전환 = 그 동안 FTA지원에 중점을 두던 관세청이 방향을 재설정 한 것은 복지재원 확보를 최우선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 때문인 측면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약속한 복지재원 확보계획은 5년 동안 135조원.
현재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추가재원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에 따라 관세청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전면에 내걸고 세수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국세청에 비해 1/3 수준에 불과하지만 관세청은 실제로 한 해 국가 세수실적의 약 30%를 담당하는 세입징수기관이다. 다만 관세청의 세입징수 또한 현재의 세원과 행정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를 깔면 현재 이상을 해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
이에 관세청은 법이 허용하고 있는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으로 세수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관세청은 현재 223명(38개 팀) 수준인 기업심사 및 범칙조사 가용인원을 431명(73개 팀)으로 확대, 집행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다국적 기업이 국내 자회사와 거래시 재화의 가격을 축소신고, 관세를 탈루하는 행위 등을 중점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현재 다국적 기업 등과 특수관계가 맺어져 있는 국내 업체는 5000개 안팎. 관세청은 이들에 대한 자체 조사를 강화하고 필요시 국세청과 공조해 탈세의 근원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금, 다이아몬드 같은 밀수 위험성이 높은 품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수출물품 제조에 사용된 원재료를 바꿔치기 하거나 소요량을 부풀려 계산하는 방식으로 실제 환급액 보다 과다하게 환급받는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연간 1조5000억∼2조원 정도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관세는 낮아지는데…'세수확보' 잘 될까? = 그동안 FTA지원 업무에 주력했던 관세청이 현 정부의 기조에 따라 세입징수에 행정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지만 '체질개선'을 하는데는 다소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FTA체결 확대의 부대효과로 관세 수입이 감소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조사활동 강화가 관세 수입 감소분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2년도 관세 수입은 총 9조8157억원으로 이는 2011년도 관세 수입 10조9901억원보다 10.7%(1조1744억원) 감소했다. 지난 2005년 이후 관세 수입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고, 앞으로도 FTA확대로 관세 수입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관세청이 그동안 주력해 왔던 수출기업 등에 대한 FTA지원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현 정부가 FTA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FTA가 세계적인 추세인만큼, 관세청이 FTA 업무를 축소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