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를 맞아 이제는 우리나라 길거리에서도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관광객들뿐만이 아니라 우리 기업과 외국계 기업 출장소에서 일하며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유리지갑 직장인 신세를 피할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매달 받는 월급에서 칼같이 세금을 떼이기 마련이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가 올해에만 5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멀리 떨어진 타향에서 힘들게 일하며 번 돈까지 세금으로 내야하는 현실을 너무 원망할 필요는 없다. 본격적인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외국인 근로자들도 쏠쏠한 '13월의 보너스'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원칙적으로 내국인들과 똑같은 방법과 일정에 따라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15%의 단일세율 특혜와 외국인 기술자 소득세 감면 등 각종 조세특례 규정에 따라 연말정산 방법이 달라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세법에서 정하는 거주자에 속할 경우에는 내국인들에게 적용되는 소득공제 혜택을 대부분 받을 수 있지만, 비거주자에 해당할 경우 소득공제 혜택이 대폭 축소되므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 거주자·비거주자 구분…"다 같은 외국인 아니다" = 외국인 근로자 연말정산은 거주자와 비거주자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외국인 근로자라면 연말정산을 받기 전에 자신이 거주자인지 아니면 비거주자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일이 먼저다.
세법상 외국인 근로자는 현재 대한민국 국적을 갖지 않은 사람이며,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보통 1년 이상 국내 거주가 필요한 직업을 가진 외국인을 말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거주자라면 내국인 근로자와 같이 일반적인 소득공제 혜택을 대부분 받을 수 있지만, 비거주자에 포함된다면 의료비·교육비·보험료·신용카드 사용액 등에 적용되는 특별공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우선 연말정산 계산의 기본이 되는 외국인 근로자의 연간 근로소득 계산법부터 다르다. 거주자인 경우 국내에서 받은 소득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얻은 국외원천소득에까지 모두 소득세가 과세되지만, 비거주자의 경우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만 세금이 붙는다.
연간 총급여액에 따라 최소 5%, 최대 80%까지 공제 받을 수 있는 근로소득공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에 관계없이 모두 적용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으로 들어가면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공제 혜택에는 큰 차이가 벌어진다.
본인, 배우자, 부양가족 1명당 150만원씩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본공제의 경우 거주자는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포함한 모든 가족에 대해 공제가 가능하지만, 비거주자는 오직 본인 공제 150만원만 받을 수 있다.
비거주자는 경로우대(100만원), 장애인(200만원), 부녀자(50만원), 6세 이하 자녀양육비(100만원), 출산·입양자(200만원), 다자녀 추가공제(기본 100만원) 등 각종 추가공제 혜택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연말정산의 하이라이트인 의료비, 교육비, 보험료, 기부금, 신용카드 사용액 등 특별공제 혜택도 비거주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거주자는 대부분의 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비거주자에게는 특별공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비거주자는 연금저축 공제, 소기업·소상공인 공제부금(노란우산공제) 소득공제, 장기주식형저축 공제, 고용유지중소기업 근로자 공제 등도 받을 수 없다.
자신이 국적을 갖고 있는 외국에 납부한 세금도 거주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납부할 소득세액에서 공제 받을 수 있지만, 비거주자는 외국납부세액 공제가 불가능하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 본인이 납부하는 연금보험료는 거주자 및 비거주자 구분 없이 연간 4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세대주가 될 수 없으므로 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상환액 공제, 월세 소득공제,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공제, 주택마련저축 공제 등 주택자금과 관련된 소득공제 혜택은 거주자와 비거주자 모두 받지 못한다.
□ "세금 안 냈다면 연말정산도 없다" = 거주자로 분류되더라도 모두 '13월의 보너스'를 받지는 못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납부한 소득세가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연말정산 혜택도 챙길 수가 없다.
회사에서 매달 월급을 주기 전에 미리 떼어갔던 소득세에 각종 공제 혜택을 적용해 환급금을 돌려 받는 연말정산 구조상, 납부한 세금이 없다면 소득공제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 세법 및 국제조세조약에 따라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연말정산을 하기 전에 자신이 받은 세제혜택을 미리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들은 내국인들과 달리 근로소득에 15%의 단일세율을 곱한 금액만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다. 단일세율을 적용 받은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소득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모든 소득공제·감면 및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으므로 연말정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일부 기술집약산업 및 과학계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외국인 기술자들은 근로제공 이후 최초 2년 동안 소득세를 50%(2009년12월31일 이전 취업자는 5년간 100%) 감면 받기 때문에 연말정산 혜택도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외국인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속하는 '원어민 교사'의 연말정산은 다소 복잡하다. 원칙적으로 원어민 교사는 내국인 근로자와 동일한 절차에 따라 소득세가 과세되지만,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세조약에 따라 소득세를 면제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현행 국제조세조약에 따르면 미국,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호주, 아일랜드 등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한 일부 국가의 거주자가 원어민 교사로 국내에 입국해 2년 동안 받은 강의·연구 관련 소득에는 면세혜택이 적용된다.
다만 영어권 국가 중 캐나다의 경우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캐나다 국적을 가진 원어민 교사들이 받은 월급에는 소득세가 과세된다. 중국에서 건너온 원어민 교사들은 3년 동안 강의·연구 관련 소득을 면세 받는다.
면세혜택을 받는 일부 영어권 및 중국어권 원어민 교사들은 납부한 세금이 없으므로 연말정산 혜택도 받을 수가 없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들은 내국인들이 연말정산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표 등본을 제출하는 것과 같이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발행하는 외국인등록사실증명이나 여권번호가 기재된 여권사본을 소득공제신고서와 함께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들은 재외공관에서 발행하는 재외국민등록부 등본을 제출하면 된다.
□ '알쏭달쏭' 연말정산…"I don't know 한쿡말" =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아무리 자세하게 연말정산 방법을 설명해 주더라도 한글을 모른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하지만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손쉽게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을 방법이 있다. 국세청에서 외국인들도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외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외국인 근로자 및 외국계 회사들이 연말정산 신고에 참고할 수 있도록 영문 안내책자(Easy Guide)를 서비스하고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에 접속하면 'Easy Guide for Foreigners' year-end settlement 2012' 책자를 다운로드해 볼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편리하게 연말정산 소득공제 증빙서류를 찾아볼 수 있도록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www.yesone.go.kr)에도 영문 메뉴를 신설해 운영중이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들은 인터넷 외에도 외국인 전담 연말정산 상담전화 서비스(☎1588-0560을 이용해 국세청 직원들로부터 친절한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연말정산 O&A-
□ 외국 병원에서 치료받은 의료비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 외국 의료기관은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 한국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위해 지출한 교육비를 공제 받을 수 있나요?
☞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국외 교육기관에 지급한 교육비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거주자가 교육비를 지급한 경우에만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 외국에서 취학 전 자녀를 위해 지출한 학원비도 공제가 가능한가요?
☞ 외국에 있는 학원 등은 연말정산 소득공제 대상인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보육시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학원 또는 체육시설이 아니므로 학원비를 공제 받지 못한다.
□ 외국 자선단체에 기부한 기부금은 공제를 못 받나요?
☞ 기부금 공제 대상 단체는 법인세법 시행규칙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법정 또는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된 경우에만 공제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외국 자선단체에 기부한 기부금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 외국에 살고 있는 부모님에 대해서도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 부모님 등 직계존속의 연간소득금액 합계액이 100만원 이하, 나이가 만 60세 이상이고 외국인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있다면 공제가 가능하다.
□ 연말정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누락된 소득공제 항목이 생기면, 나중에 공제 받을 수 있나요?
☞ 오는 5월에 시행되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때 공제 받을 수 있다. 또한 3년 이내에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면 경정청구 등을 통해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 외국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도 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 외국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은 공제를 전혀 받을 수 없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장은석·이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