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몸수색 논란, 시작부터 '삐끗'…결국 '아수라장'
정책국감 실종…野, "국세청장 즉각 사퇴하라" 촉구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큰, 사상 초유의 파장이 몰아칠 지 아무도 예측을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일 국세청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몰고 온 메가톤급 후폭풍에 국정감사는 파행됐다. 야권이 지난 수 년 동안 의혹으로만 남아 있던 부분을 짚어내려 한 것이지만, 국세청 세무행정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시해야 할 정책국감을 '파행'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사실 이날 국세청 국정감사는 시작 전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국세청 방호원들이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참여한 음주문화센터 관계자들의 소지품을 강제로 검사했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 것.
이 국세청장이 사과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됐지만, 이어 첫 질의자로 나선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검찰 대질심문 동영상을 상영하려 하자, 여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문제를 놓고 여야는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강길부 위원장의 중재로 상황이 종료됐고, 박원석 무소속 의원의 질의를 끝으로 오전 국정감사 일정이 종료됐다.
메가톤급 폭풍은 그 이후에 불어닥쳤다. 안민석 의원과 박원석 의원이 안원구 전 국장을 대동, 국세청사 진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목적으로 한 방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국세청 방호원들이 몸으로 진입을 제지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보좌진들과 국세청 방호원들간 고성이 오갔고 '멱살잡이'까지 벌어졌다. 안 전 국장의 등장으로 국세청사는 일순 아수라장이 됐고 과도한 국세청측 방어에 야권 의원들이 격분 강하게 항의하면서 국정감사는 파행됐다.
이후 야권 의원들은 "더 이상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 이현동 국세청장을 국정감사 방해죄로 고발조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도 이에 맞서 "대선을 앞둔 정치공세"라며 "증인채택이 되지 않은 사람을 국감장에 진입시켜 정치국감으로 몰아갔다. 야권의 국감방해 행위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2시간 넘도록 정회상태로 머물렀던 국정감사는 이현동 국세청장이 사과의 말을 전함과 동시에 재개됐다. 하지만 야권 의원들은 문제제기 강도를 높이며 이 국세청장을 압박했다. 야권 의원들은 특히 이 국세청장의 사태의 책임을 지고 퇴진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안민석 의원은 "국세청 문화가 경직 되도 이렇게 경직된 줄 몰랐다. 피감기관 직원들이 감사위원인 의원들을 입구부터 막았다.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시켜서 그 아수라장에서 계단으로 힘겹게 올라왔는데 그래도 길을 터줘야지 의원들과 몸싸움하면 어쩌자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과정을 보면서 이런 정도의 국세청이면 한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표적조사를 얼마든지 하겠다. 그래놓고 정상적인 조사라고 얼마든지 거짓말을 하겠다고 그런 조직이라고 확신했다"며 강력 비판했다.
김현미 의원도 "오늘 국세청을 보니 안 전 국장을 반드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세워야겠다고 확신했다"면서 "이현동 청장의 행태는 국정감사 방해로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이 국세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이 국세청장은 "방호원들이 엉겁결에 일으킨 문제인 것 같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국세청장은 지속되는 야권의원들의 사퇴압박에 "여지껏 국세청장 자리에 있으면서 편한 날이 없었다. 항상 칼날 같은 바늘방석 위에 있는 것 같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국세청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국감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위원들이 오지 못하게 (국세청에서)물리적으로 막았다는 사실은 화가 난다"면서 "다만 국감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후에도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세청에서 벌어진 사건의 문제점 및 이에 대한 진상조사위 구성 등 대책에 대한 논의를 2시간 가까이 이어갔다. 좀처럼 정상적인 국감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흐르자, 결국 강길부 기획재정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고, 이내 여야 합의 끝에 국정감사를 종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