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의 정부대출을 엄격히 금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법 조항을 편리한대로 해석해 한은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이낙연 의원은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일시부족자금 조달을 위한 재정증권 발행보다는 한은 차입금을 선호하고 있다"며 "한은이 쉽게 빌려주니까 정부가 마이너스 통장처럼 3조, 4조원씩 필요한 만큼 빼 쓰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국고관리법에 따르면 국가가 국고금 출납상 필요한 때에는 한은으로부터 일시 차입하거나 재정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재정증권은 민간자금을 빌렸다 돌려주는 것인데 반해 일시차입금은 통화량 증가를 가져와 물가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의 정부대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에서 편리한대로 법 해석을 해 상환기한을 '회계연도 내 세입으로 상환'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며 정부 편의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 한은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14회에 걸쳐 매회 7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의 금액을 정부에 대출을 해 주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상환일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부의 일시차입시 '대출의 차입시기, 규모, 기간에 대해 한국은행과 협의해야 한다'는 대출조건을 의결한 바 있지만 이 같은 결정도 정부대출에는 속수무책이다.
정부대출의 경우 일시차입을 담당하는 재정부 국고과와 한은 금융기획팀 실무자들이 대출이 발생할 때 구두로 대략의 상환일을 알리고 있는 것.
이 의원은 "대출시에 상환일을 약속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주지 못하겠다는 당연한 요구도 못하는 총재라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수호할 의지가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며 신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