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한 지인을 위해 그가 가진 주식 1만주를 주당 5000원씩 5000만원에 사줬는데, 그 주식이 국세청에 의해 주당 26만원씩 26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면 이 사람은 횡재를 한 것일까 아니면 재앙을 만난 것일까.
증권거래세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인의 주식을 사줬던 이 사람은 뜻하지 않게 '주식의 저가 양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가 문제돼 국세청으로부터 10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추징당하게 됐다.
횡재라기 보다는 재앙으로 생각한 이 사람은 결국 지인을 상대로 '매매대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 판결을 통해 주식매매계약 취소와 함께 그 원상회복으로 매매대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됐다.
청주지방법원(판사 방선옥)은 4일 서울 동작구에 사는 A씨가 청주에 거주하는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쌍방의 착오로 인한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는 만큼,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으로 매매대금의 반환을 명한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청주지법에 따르면 지난 2010년 9월 A씨는 B씨로부터 B씨가 가진 K건설사 주식 1만주를 주당 5000원씩 5000만원에 사기로 하고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 계약 당일 B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고 명의개서도 마쳤다.
급하게 자금을 마련해야 했던 B씨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A씨에게 K건설회사의 주식을 사달라고 권유하면서 "세금은 증권거래세 이외에는 크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그 말에 A씨는 대수롭지 않게 B씨 주식을 사줬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
그러나 지난 3월 동작세무서는 A씨가 산 K회사의 주식을 주당 26만4940원으로 평가, A씨와 B씨의 주식거래가 '저가 양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해당한다'고 봐 A씨에게 증여세 10억4963만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비싼 주식을 턱없이 헐값에 산만큼 세금을 내고도 이익이 많이 남는 거래였지만, 속사정이야 어찌됐던 A씨는 B씨를 상대로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포함시켜 부당이득금에 해당하는 매매대금의 반환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은 이에 대해 "A씨에게 고액의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착오가 있지 않았다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또 "나아가 증여세 부과에 대하여 피고인 B씨도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A씨의 위와 같은 착오는 계약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A씨가 위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이 B씨에게 송달된 날 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할 것"이라며 "B씨는 A씨에게 그 원상회복으로서 지급받은 매매대금 500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참고 판례 : 청주지법2012가단138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