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을 한지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안철수 후보는 출마 선언에 이어 현충원과 봉하마을 등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 전통시장과 로봇연구소 방문 등 민생 행보 뿐만 아니라, 예비후보 등록 및 사무실을 마련하는 실무까지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왔다.
27일에는 캠프 이름 공모 참여자들과 번개를 열고 '진심 캠프'라는 캠프 이름을 확정하기도 했다.
일주일간 그의 경제정책 좌장은 이헌재 전 부총리에서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장하성 고려대 교수로 바뀌었고, 박선숙 전 의원이 민주통합당에서 옮겨와 선거총괄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팀제와 정책 네트워크 등 수평적 조직에 대한 실험도 이어졌다. 페이스북을 통한 직접적인 소통은 캠프 이름 공모와 번개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직접적인 성과를 쌓아갔다.
그러나 그에 대한 검증 공세도 가속화됐다. 기존의 룸살롱, 브이소사이어티 논란에 이어 26일에는 한 언론에 의해 2001년 아파트 구입시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제기됐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즉각 사과했으나 앞으로 검증 공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 후 열흘간의 행보를 돌아봤다.
☐ 캠프 인선 코드는…'김근태·박원순·전문가그룹' = 안 후보는 출마 선언 이전부터 고 김근태 계 인사로 분류되는 유민영 전 춘추관장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선거 캠프를 이끌 박선숙 전 의원 또한 김근태 고문의 소개로 정계에 진출한 인물이다.
허영 비서팀장과 김형민 정책팀장도 김근태 고문의 보좌관과 박선숙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안철수 캠프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의 캠프 구성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물도 상당수 겹쳐 조광희 비서실장, 한형민 기획팀장, 금태섭 상황실장, 하승창 대외협력팀장이 박원순 캠프 출신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연결 고리로 모아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가 총괄을 맡은 '내일'에는 정재승 KAIST 교수, 정지훈 관동대 교수, 곽재원 한양대 교수, 조영달 서울대 교수, 이은애 소셜벤처 시즈 사장, 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 등이 함께 한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박원암 홍익대 교수, 정병석 전 노동부 차관,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등도 2번째 '내일' 포럼에 참석해 경제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대표를 맡기로 한 '소통과 참여를 위한 정치혁신 포럼'에는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김선혁 고려대 교수, 윤상철 한신대 교수 등이 의회, 정부, 거버넌스 등의 주제를 맡아 포럼을 이끌어 가기로 했다.
☐ 일주일 간 만난 사람들…'혁신경제'에 포커스 = 안 후보는 출마선언 다음날 국립현충원을, 26일에는 봉하마을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와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학도의용군의 묘역에 참배했다.
그는 현충원에 다녀와서 "공직을 맡은 분들이 현충원을 참배하는 이유는 역사에서 공과를 배우기 위한 것 같다"며 "여기 계신 무명용사들도 우리 역사의 주인공이고,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와 자신이 창업한 안랩을 방문해 원장 직과 이사회 의장 직을 사퇴하고 직원들과 환송연을 가졌다.
그는 직원들에게 "저한테 안랩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좋은 기업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어떤 특권이나 반칙없이 더 엄중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23일에는 수원의 못골시장을 방문해 유통구조의 혁신과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형마트의 경쟁력인 싼 가격은 경영효율화로 인한 부분도 있지만, 납품업체에게 가격 인하를 강요한 결과"라며 "대형마트의 과잉 보호가 전통시장의 희생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는 것은 헌법의 수호이며 대통령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제게는 스승"이라며 "시장이란 곳이 자기가 필요한 것만 사고 가는 무미건조한 곳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따뜻한 공동체가 형성되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5일에는 국민대 무인차량로봇연구센터를 방문해 무인자동차에 시승하고 제작실을 둘러봤다.
그는 연구원과 학생들을 만나 "무인자동차가 융합의 대표적인 모델"이라며 "혁신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실제 사회문제를 풀기 위한 융합적 접근방법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과학기술의 역할이 혁신경제에 중요한 요소인데 성과에만 매몰되다보니 도전정신이 퇴색한 것 같다"며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26일에는 '응답하라, PD수첩 호프(hope) 콘서트'에 참석, 방송인들을 만나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말을 할 권리를 위해 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볼테르의 말을 인용해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PD수첩의 작가와 피디들을 격려했다.
또 "언론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그 숭고한 사명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런 시도를 차단하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페이스북'으로 직접 소통, 정책 네트워크는 '수평적 집단지성' 추구 = 안철수 후보의 일주일간 행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지자들에게 전달됐다.
덕분에 그의 페이스북(facebook) 페이지를 구독하고 있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은 뉴스보다 빠르게 시장 방문 소식과 PD수첩 행사장에서의 발언을 받아봤다.
그의 행보를 알리는 글에는 순식간에 수천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으며, 캠프 이름 공모에는 엿새간 6300개가 넘는 제안이 쏟아졌다. '포럼' 공모에도 하루 만에 100여개가 넘는 제안이 도착했다.
안스 스피커라는 캠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대변인의 글 뿐 아니라 안 후보가 직접 쓴 편지 형식의 글도 게재됐고, 안 후보가 직접 등장해 '캠프 이름 공모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 '번개에 초대한다'는 말을 건네는 동영상도 올라와 친근함을 느끼게 했다.
정책네트워크의 구조도 기존의 싱크탱크와는 다른 형식을 추구한다. 안 후보 캠프의 정책을 만들어갈 전문가들은 '내일'이라는 네트워크 안에서 수평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정책그룹을 통해 비전을 만들어 가게 된다.
안 후보 캠프 측은 "수십개 수백개의 포럼이 전국적으로 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캠프에서는 포럼을 통해 제안된 정책을 판단하고 조정해 공약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 본격적 검증 공세, '다운계약서' 의혹 사과 = 본격적인 대선 무대에 오른 안 후보를 향한 검증의 칼날도 날카로워졌다.
26일 한 언론은 안 원장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001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가격을 낮춰 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다음날 다시 기자들 앞에서 "더 엄중한 잣대와 기준으로 살아가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이어질 검증 공세에 대한 대응책과 야권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를 둘러싼 해결책 마련은 앞으로도 안 후보의 최대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