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경제의 수출 활력을 높이고자 해외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는 건설·조선 등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수출입은행의 신용공여한도를 현행보다 13조4000억원 가량 늘려, 해외사업 부문이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4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등으로 해외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절실하다는 상황을 감안, 수출입은행의 신용공여한도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신용공여란 대출금과 지급보증만을 포함하는 '여신'과는 다른 개념으로서 대출금, 지급보증, 기업어음(CP), 사모사채, 외화대출, 회사채, 미확정 지급보증 등을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빚'이다.
정부는 지난해 동일차주에 대한 수출입은행 신용공여 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대기업들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반대를 고려해 한도 완화로 방향을 바꿨다.
우선 돈을 빌리는 동일한 개인·법인이나 기업집단으로서 대출에 따른 신용리스크를 공유하는 '동일차주(借主)'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수출입은행 자기자본의 50%에서 80%로 완화한다.
동일한 개인이나 법인 각각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도 수출입은행 자기자본의 40%에서 60%로 늘릴 방침이다.
동일차주 각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가 수출입은행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하는 '거액신용공여' 한도도 수출입은행 자기자본의 5배에서 6배로 늘린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늘어나는 신용공여 한도는 동일차주 한도 4조4000억원에서 7조1000억원, 동일인 한도 3조5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 거액신용공여한도 44조5000억원에서 53조4000억원 등으로 총 13조4000억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수출입은행 신용공여 한도 확대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 대규모 사업 수주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2의 중동붐'으로 현재 중동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사업 발주가 활발한 가운데,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이 늘어나 기업들의 수주 실적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다.
또한 최근 들어 선박수주가 감소하고 대금지급 조건 악화돼 어려움을 겪는 조선사에 대한 금융지원도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을 담보로 신용공여 한도 완화 혜택을 일부 대기업에 집중시킨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작년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당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던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의원은 "대우조선 40%, 삼성중공업 40% 이상, 현대중공업 50% 이상의 신용공여를 받았다"며 "재벌기업 몇 개를 위해 은행 건전성 규제 척도인 대출한도를 없애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정부는 현재 대부분의 해외사업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실제로 수출입은행의 선박, 플랜트 수출지원 자금의 40% 내외는 원부자재 등을 공급하는 중소협력업체들에 간접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출입은행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BIS 비율을 유지하고, 리스크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