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국책사업의 수는 대략 8800여개. 대규모의 재정투입이 필요한 국책사업은 한번 진행이 시작되면 원상태로 복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형 국책사업이 실시되기 전에 미리 사업타당성 및 중장기 재정소요 분석 등 사전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평가는 필수. 이 역할을 수행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기관이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이다.
사업평가국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 등에 대해 사업 추진 단계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사업 계획을 평가, 사업목적 타당성 및 사업목적 달성 등에 대해 철저히 분석, 국회의원들에게 적시적소에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정부논리에 함몰되지 않고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효과적인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예산안 및 결산과 함께 제출되는 '성과계획서·성과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통해 성과주의 예산체계가 실질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최근 사업평가국이 만들어 낸 전통시장육성사업, 영유아보육사업, 공적개발원조사업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거나 여러 부처에 걸쳐 수행되는 국가 주요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보고서는 국회의원 및 학계· 언론 등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업평가국 직원들은 재정 민주주의 본질을 수호하고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일념과 자부심으로 의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 '기관메모리'…사업이력 줄줄 꿰고 있는 그들 =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 사람들은 일반 행정부 공무원들보다 한 부서에 오래 근무해 각종 국책사업의 상세한 이력을 훤히 꿰고 있는 점이 최대의 강점이다.
박용주 사업평가국장은 "일반 행정부 공무원은 순환보직이다보니 여러 부서를 옮겨다니지만 사업평가국 직원들은 오랫동안 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사업의 이력에 정통하므로 해당 사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며 "이것이 바로 '기관메모리'"라고 전했다.
현재 사업평가국은 ▲경제사업평가과 ▲산업사업평가과 ▲사회사업평가과 ▲행정사업평가과 ▲공공기관평가과 등 5개 과 단위 조직에 34명의 직원들이 모여 있다.
사업평가국을 이끄는 사령탑은 박용주 국장. 서글서글한 인상에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이 묻어나는 박 국장은 서강대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에서 재정학을 전공한 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옛 기획예산처에서 공기업정책과장을 지낸 자타공인 '예산통'.
기획재정·국고·국유재산·세제·외환·경제협력 등 사업에 대한 분석·평가 및 중·장기 재정소요분석, 집행에 대한 점검·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사업평가과는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이환성 과장을 필두로 박홍엽, 이세진, 김태규, 고준혁 사업평가관이 근무하고 있다.
경제사업평가과는 최근 보고서에서 복권기금운용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복권 및 복권기금법' 개정 및 일몰제 도입을 제안하는 등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정부의 민간보조사업과 재정융자사업의 성과관리 현황에 대한 평가도 수행했다.
농·수·축산업 및 건설·교통·방송·통신·R&D 등 주요사업에 대한 분석·평가 및 중·장기 재정소요분석을 담당하는 산업사업평가과는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연구원과 사회행정사업평가팀 사업평가관을 지낸 최미희 과장(경제학 박사)이 통솔하고 있으며, 허가형, 조윤희, 안태훈, 윤성식, 정유훈 사업평가관이 일하고 있다.
최근 산업사업평가과는 전통시장 육성사업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제점과 대책을 제시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입법조사관 등을 지낸 입법고시 출신 실력파인 박동찬 과장이 이끄는 사회사업평가과는 서기영, 김소정, 김상우, 이상준, 이채정, 박형진 사업평가관이 포진해 있다. 사회사업평가과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영유아 보육료 문제에 대한 보고서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적 개선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행정사업평가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입법조사관과 예산분석실 행정예산분석팀장 등 국회내에서 17년간 예산업무를 담당한 입법고시 출신 베테랑 천우정 과장의 지휘아래 서호진, 김수진, 신혜연, 하현선 사업평가관이 일하고 있다.
행정사업평가과는 국방·지방재정·통일·외교 등 행정 사업 전반의 국가 주요사업에 대한 분석·평가, 성과관리 평가 및 중·장기 재정소요분석과 집행에 대한 점검·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행정사업평가과에서는 병력운영 및 전력유지 사업평가 등 국방분야 보고서와 지방세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 등을 통해 관련 분야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공공기관평가과는 예산정책국 예산분석관과 예산분석실 산업예산분석팀장을 지낸 재정전문가 조영철 과장(경제학 박사)이 이끌고 있으며 임금, 이은경, 윤상우, 전수연, 나유성 사업평가관이 근무하고 있다. 공공기관평가과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의 예산·결산에 대한 분석·평가 및 공공기관 주요사업의 성과에 대한 점검·평가를 담당한다.
공공기관평가과에서는 최근에 공공기관 금융부채 조달 한도와 의사결정체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 "사업평가 '자부심'으로 일 한다" =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업평가는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외부 기관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사업평가라고 하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사업평가를 통해 합법성, 효율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책임성의 확보'는 외부평가를 통해서만 제대로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주 사업평가국장은 "사업평가는 국책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이나 사업 성과에 나타난 문제점을 찾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다"며 "이에 따라 사업평가국은 단기적이고 얕은 평가가 아니라 사업에 대한 심층적 평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원 감사 및 총리실 감사는 행정부 내부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외부적으로 하는 것은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에서하는 것이 유일하다"며 "이런 면에서 사업평가국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사업평가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조직도 거의 없어 사업평가국 사람들은 이런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평가국은 2009∼2011년 동안 사업평가보고서 및 정기보고서 118건과 현안분석 16건을 발간했으며, 의원 및 위원회의 요구에 따른 조사분석을 650건 수행했다.
특히 임대형민자사업(BTL)에 대한 평가를 통해 사업 추진 전반에 대한 사업 추진상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했으며, 성과계획서 및 성과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정부의 성과목표관리제도의 개선에도 기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전통시장 육성사업 보고서와 공공기관들이 민간사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보고서를 내놔 국민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외에 수많은 사업평가 보고서들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박용주 사업평가국장은 "사업평가국은 2007년 이래 정부의 성과계획서 및 성과보고서에 대해 평가함으로써 성과목표관리제도의 개선에도 기여해 왔다"며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역량을 강화, 향후 국회의원 및 국회위원회의 의정활동에 대한 지원을 보다 충실히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기획취재팀 : 최종건 정치팀장, 이희정·김기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