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경제민주화란 곧 햇볕정책"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4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한 홍종학 의원은 초선 의원이라는 경력이 무색할 만큼 민주당 경제민주화 정책의 핵심브레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홍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앞서 '한국경제 새판짜기'라는 저술뿐만 아니라, ▲양극화와 경제구조개혁 ▲민주적 시장경제의 모형 등 요즘 정치권을 중심으로 떠들썩한 경제민주화와 맥이 상통하는 다수의 논문이나 정책보고를 내놨던 인물.

홍 의원은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슬로건으로 재벌개혁의 핵심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민주당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TF 팀장'을 거쳐 '경제민주화포럼의 책임연구위원'으로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당 정책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하면서 학구적 스타일을 가진 교수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언제라도 막걸리 한 사발 나누고 싶은 소탈한 모습의 홍 의원이지만, 연말 대선을 앞두고 그가 내놓을 경제민주화 정책들은 하나 하나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상황.

이와 관련 그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나가지 않으면서 국내에 남아서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통합당의 정책도 그런 고민 하에서 나올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고차방정식으로 이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세일보>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너무나 바빠 좋아하는 수영도 못하고 있다"고 손사래를 치는 홍 의원을 만나, 그가 가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들어봤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단연 최고 전문가인데,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중요하다. 정부가 새누리당과 세제개편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새누리당 분들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는 분들이다. 계속 부자들에게 퍼주자는 것이다. 어찌보면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은 선거용으로 하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경제민주화를 잘 모른다고 말했던)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도 경제민주화를 잘 모른다. 본인은 경제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그분들과 같이 미국에서 공부했다. 어떤 공부를 했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다 혼자 공부하고 깨우친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들 모두 나 의원은 처음 듣는 얘기일 것이다. 그분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원고를 그대로 읽는다고 보면 된다. 재정부도 마찬가지다. 재정부에 자료요청하면 전경련 원고가 그대로 온다.

▲ 방금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말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또한 민주통합당이 추진하는 세제개편안은 무엇인가.

=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정부가 아직도 있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 같다.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 면제를 어떻게 세제개편안에 넣을 수 있나. 자신들이 골프치러 다니니까 그런거 같다. 그들은 서민들이 어떤지 잘 모른다.

명품백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만나는 사람들이 명품백을 들고 다니니까 그런 것만 보이는 것 같다. 반면 봉급쟁이들 소득공제를 해주는 장기주택마련대출을 없애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줄이겠다고 한다. 서민들과 봉급쟁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다 없애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생하는 의미에서 좋은카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우리는 서민을 도와주기 위해 간이과세 기준을 완화했다. 연 4800만원에서 8400만원으로 기준을 올렸는데 사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제가 투명하게 가야 하는데 그런 방향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제매입세액공제 상시화도 그렇다. 우리가 볼 때 서민들이 원하는 것이니까 한 것이다. 우리는 명확하다. 1% 재벌은 증세하고 나머지 99%는 어떻게 하면 혜택을 줄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니까 정부·여당이 쫓아오고 있다. 잘 된 일이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을 보니까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다 허구였다. 말 뿐인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였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건전성인데,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 5년간 1조6600억원의 세수를 더 걷어서 복지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세제개편안이 차라리 잘 된 것 같다.

저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와는 정체성과 기본적인 철학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저들은 재벌과 부자를 잘 살게 하기 위해 경제를 살려 낙수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고, 우리는 서민에게 지원하면 소비가 늘어나니까 자동으로 모두 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 정운찬 전 총리가 여야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새누리당은 진정성이 없고 민주통합당은 무능하다"고 평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오히려 나는 정 전 총리가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예비후보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옛날하고는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옛날 방식은 군사정부 하에서 칼을 휘두를 때 얘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나가지 않으면서 국내에 남아서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고용장려금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는 민주통합당의 정책도 그런 고민 하에서 나온 것이다. 민주정부 하에서 법과 제도를 선순환 시키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고차방정식으로 이 문제를 푸는 것이다.

▲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간접세 비중이 높은 것이다. 양극화는 심화되는데 조세제도가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북유럽 역시 세전 소득으로 보면 사회 양극화가 심하다. 하지만 세금을 걷고 나면 양극화가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는 영미식 경제국가 체제다. 영미식은 양극화가 심해져도 조세제도가 전혀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데이터를 보면 미국이랑 굉장히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민자를 받기 때문에 복지혜택을 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다.

사실 미국의 양극화 지수를 보려면 이민자를 빼고 계산해야 한다. 우리나라 데이터도 미국과 비슷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자국민에게 복지를 해줘야 하는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기획재정부나 국세청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어떤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려고 해도 힘든 점이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정책을 만들려면 자료가 필요할텐데 없다고 한다. 무슨 국가정책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생각해보라. 경제민주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재벌·대기업이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 알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이다.

국가가 삼성그룹에 1년 동안 조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얼마인지, 정부가 삼성에 R&D 투자를 얼마나 하는지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마치 일반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상은 재벌대기업이 정부 지원의 70~80%를 가져간다.

더 황당한 것은 외국기업이다. 지난번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 인프라)가 문제가 됐다. 이들은 법인세를 하나도 안 낸다. 그 근거를 보니까 법인세법 제51조2('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투자회사 등은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한 경우 그 금액은 법인소득에서 공제한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외국기업과 전혀 관련이 없다. 이는 유동화 관련 자산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것으로,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처리를 촉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인데 지금은 이러한 부실기업을 처리할 일이 없다. 

이 조항을 맥쿼리 인프라가 악용하는 것인데 그 자료를 달라고 해도 정부에서 안 주는 것이다. 저들은 누구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인지, 재정부 관료들은 데이터 없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상하다.

▲ 일전에 우리나라 경제를 미국에 비유했는데 왜 그렇게 보는 것인가. 

=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미국의 1920년대와 똑같다. 미국의 재벌기업이 1900년대 초가 되면 지금 우리처럼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트러스트를 만든다. 사람들이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우드로 윌슨을 대통령으로 뽑는다. 이 사람은 대학총장으로 개혁적인 인물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여정부와 똑같은데 이 사람의 공약이 재벌개혁이었다. 하지만 잘 안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벌개혁 한다고 했다가 흐지부지 되지 않았나. 이런 과정이 노 전 대통령과 너무 똑같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개혁한다고 해놓고 불편한 것만 많아졌다. 금융실명제 한다고 해서 국민들은 본인이 직접 신분증을 가져가지 않으면 통장 하나 못 만들지만 위에 있는 분들은 차명계좌를 만든다. 결국 국민들이 개혁 피로증을 느낀다.

이후 보수정부가 들어서는데 그것이 이명박 정부와 똑같다. 부자감세를 하고 용역깡패를 내세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안 하겠는가.

부자감세는 지금 충분히 했으니까 안하겠다는 것이지 여전히 유효하다. 줄푸세 정책이 바로 미국에 대공황을 불러온 정책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보수가 집권하면 경제위기가 온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경제민주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경제민주화는 햇볕정책이다. 민주화 정책이란 것은 국민들이 알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데 정부가 국민들이 알 수 없게 다 덮어놓고 있다. 밝은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지원정책을 만들었는데 만약 그 지원을 재벌대기업이 다 가져간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준다면 경제민주화 논란은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