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국회가 역사의 뒤안길로 가는 길목에 접어들었다. 4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18대 국회는 수 많은 크고 작은 일들로 채색됐다. 비록 국민들의 뇌리 속에서는 지워지겠지만, 역사는 세대와 세대를 거치면서도 남는다. 훗날 18대 국회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어떤 문장으로 채워질까.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영욕의 4년을 보내고 저물어 가는 18대 국회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 봤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다사다난(多事多難), 18대 국회가 쓴 '정치드라마' ②18대 국회, 어떤 법 만들어졌나-경제.조세법 ③8부 능선 넘지 못한 '민생법안'들의 운명은 '폐기' ④'인물(人物)'로 보는 18대 국회(上) ⑤'인물(人物)'로 보는 18대 국회(下) |
◆…다사다난했던 18대 국회가 황혼에 접어들었다. 18대 국회가 남긴 족적은 상당하다. 하지만 그 족적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에는 다소 이른감도 있다. 18대 국회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역사'가 해줄 것이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채 2달이 안된 시점에 치러진 4.9 18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보수진영(舊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18대 국회는 그렇게 거대 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틀어쥔 채 출발했고 지난 4년 동안 무수히 많은 대소사로 얼룩졌다.
이제 19대 국회다. 아울러 완연한 '정권교체기'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을 관통한 18대 국회 4년 전반에 걸쳐 정쟁의 중심에 섰던 한·미FTA 비준안, 미디어법, 4대강 사업 예산 등 문제들은 '여진'을 일으키며 계속되고 있다. 18대 국회가 해소하지 못한 부산물은, 19대 국회에서도 지속적인 정쟁의 소재가 될 전망이다.
□ 185석 vs 89석…'타운돌이'로 교체된 '탄돌이'들 = 10년 만에 재집권한 상황에서 치른 18대 총선에서 보수진영은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153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얻어냈다.
반면 정권을 넘겨준 민주당은 81석, 총선 직전 분열한 민주노동당은 5석, 창조한국당은 3석을 얻는데 그쳐 범 진보진영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뉴타운공약'을 내걸어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강했던 서울 강북지역까지 영역을 확장, 17대 국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에 힘입어 당선됐던 이른바 '탄돌이' 의원들을 밀어내고 거대 여당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집권 첫 해 이명박 정권은 이른바 '강부자·고소영'으로 대표되는 편향적인 인사와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집회를 몰고 왔으며, 한나라당은 예산안 직권상정과 이른바 MB개혁법안의 강행처리 등으로 범 진보진영의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 여당, 4·29, 10·28 연이은 재보선 '참패' = 집권 2년차인 2009년에 치러진 두 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민심은 이명박 정권에 냉혹한 평가를 안겨줬다.
집권 초 이 대통령은 편중 인사에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한 우편향 정책들을 밀어붙였고,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에 대처하는 방식도 국민들에게 '소통 불가'의 모습으로 각인돼 여론을 악화시켰다.
특히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오히려 친노 세력 부활의 신호탄이 되는 등 정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빚었다.
이 같은 일방향식 통치 행보는 선거결과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은 2009년 4월 재보선에서 0:5로 참패했고, 10월 재보선에서도 수도권·중부 지역에서도 야권에 밀려나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한·미FTA, 미디어법, 예산안…'날치기 퍼레이드' = 그러나 여전히 의회권력을 틀어 쥔 한나라당은 18대 국회의 주요 법안을 번번이 날치기 처리하는 등 정쟁의 빌미를 제공했다.
2009년 2월 미디어법을 기습 상정해 민주당의 '전 상임위원회 보이콧'이라는 반발을 불러오는 등 새해부터 여야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7월까지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당시 이용성 국회부의장이 법안을 직권상정해 강행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과 보좌진들이 혈투에 가까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는 이후 헌법재판소의 애매한 판결과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선언 및 장외투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미디어법의 처리로 재벌과 보수언론의 방송 진출 길이 열리게 됐고, 2011년 11월 종합편성채널이 일제히 개국했다.
□ '세종시 수정'·'4대강 사업'…대통령 의제가 불러온 '갈등' =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월 세종시의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를 전제로 국무총리실의 주도하에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오면서 극렬한 정치적 갈등양상을 야기했다.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가 발표한 수정안에 대해 충청지역 주민과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까지 반대에 나서면서 당내·당청 갈등과 국론 분열 상황을 초래했다.
2010년 2월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나, 한나라당의 끝장토론 등을 거쳐 6월 국회에서 찬성 105명, 반대 164명으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원안(행정부처 이전)이 확정됐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주장하며 밀어붙인 4대강 사업도 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국면을 불러왔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이름만 바꾼 대운하 사업이라며 예산안의 대폭 삭감을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이후 4대강 사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 "6.2 지방선거의 희망은 사라졌다(?)" = 13년간 유예돼 온 '노동조합법'을 둘러싼 이견도 18대 국회를 통틀어 여야간 극한의 대립 양상을 일으킨 대표적 사안.
2009년 말 노사정은 복수노조 허용 유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타임오프제 실시 등을 포함한 노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여야는 협상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배제된 데다 야권에서 합의내용에 반대하면서 치열한 갈등을 빚어오다, 2011년 1월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야는 협상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배제된 데다 야권에서 합의내용에 반대하면서 치열한 갈등을 빚어오다, 2011년 1월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타임오프제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19대 국회에 대거 입성한 민주당의 노동계 인사들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는 정치 무관심층이었던 20~30대 젊은층의 폭발적인 투표 참여와 젊고 개혁적인 '뉴리더'들의 당선으로 한국 정치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 경남 등 보수 텃밭에서 진보 진영의 후보들이 당선되고,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선전하는 등 지역 구도 타파의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연말에도 한나라당은 4대강 예산이 포함된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들까지 무더기처리해 정국을 급격히 냉각시켰고, 이에 야당은 전면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 '한·미FTA 비준안 일방 통과'로 얼룩진 18대 마지막 정기국회 = 한나라당은 2011년 11월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저지에도 불구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現 통합진보당)은 국회의장석 아래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등 독소조항을 이유로 한·미FTA 비준에 반대해왔던 민주당은 비준안 처리 무효화를 주장하며 장외 투쟁을 선언, 18대 정기국회는 사실상 마비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비상상황을 맞자 임시국회를 열었고, 2011년의 마지막날에는 18대 국회 처음으로 예산안을 합의 통과시켰다.
19대 총선을 마친 후 여야는 지난 2일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열어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운 '국회법' 개정안과 상비약 슈퍼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 등 처리가 시급했던 경제·민생법안들을 통과시켰다.
18대 국회의 종식을 선언한, 마지막 본회의였다.
기획취재팀 : 최종건 정치팀장, 김기린·이희정·최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