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농심 등 4개사에 과징금 1354억원 부과
농심 "억울한 측면 있다. 법적 대응 검토"
서민식품의 대명사인 라면 값도 독과점업체들 간의 담합을 통해 결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농심 신라면 등 업체별 주력 제품들 가격이 일종의 담합 가이드라인으로 통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제품 가격이 오르면 기타제품의 가격인상의 '신호탄'이 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라면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키로 담합한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4개 라면 제조판매 회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354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총 과징금의 70%대에 육박하는 1077억원 상당의 과징금이 농심에게 부과됐다. 시장 선두주자로서 사실상 담합을 주도한 데 따른 강력한 제재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삼양식품(116억1400마원), 오뚜기(97억5900만원), 한국야쿠르트(62억7600만원) 등에게도 고액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1년 5~7월 사이 단행된 가격인상부터 2010년 2월 가격인하시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제품 가격 정보를 교환하면서 가격을 동시에 올렸다.
특히 이 기간 업체들은 자사 주력품목인 농심 신라면, 삼양 삼양라면, 오뚜기 진라면, 한국야쿠르트 왕라면(타사 주력품목 대응품) 등의 출고가격 및 권장소비자가격을 동일하게 결정했다.
담합은 사실상 1위 사업자인 농심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가장 먼저 가격인상안을 마련해 다른 업체들에게 알려줬고 이를 전달받은 나머지 업체들은 동일 또는 유사한 선에게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업체들은 가격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를 교환했다. 가격인상계획뿐만 아니라 인상내역, 인상일자부터 가격을 올리는 제품의 생산일, 출고일 등 사실상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이들은 각사의 판매실적과 목표, 거래처에 대한 영업지원책, 홍보 및 판촉계획, 신제품 출시계획 등 민감한 핵심 경영정보까지 상시적으로 교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업체들이 이런 핵심 정보 교환을 통해 담합 이탈자를 예방하고 담합의 내실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위가 확보한 정보교환 이메일 자료만도 34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가격을 먼저 올렸는데도 다른 업체가 가격 인상에 뒤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즉각적인 견제조치가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담합을 종용한 셈이다.
일례로 농심은 이른바 '구가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을 썼는데, 구가지원이란 재고품 소진 등을 목적으로 가격인상 이후 거래처에 종전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하는 관행을 의미한다. 농심은 일반적으로 7~10일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사실상 시장을 100% 잠식한 독과점 기업들의 장기간에 걸친 담합으로 규정하면서, 서민밀접 품목인 만큼 더 엄중하게 법을 적용했다고 전했다.
공정위 신동권 카르텔조사국장은 "향후 라면시장에 실질적인 가격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국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에서 담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점 감시하고, 법위반 혐의가 있는 경우 신속하게 조사하고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재 라면업계의 담합이 사실상 와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국장은 "지난 2010년 라면업계 가격인하부터 4개 업체들은 각기 다른 가격으로 출고가 등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0년 기준 라면시장 매출액 규모는 총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농심이 70.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삼양(12.4%), 오뚜기(9.5%), 한국야쿠르트(7.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 지난해부터 이른바 '하얀국물' 라면 등 신제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유율 구도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이번 라면 담합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농심은 상당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며,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 관계자는 "가격 담합을 하지 않았고, 특히 담합을 종용했다는 점은 억울한 측면이 많다"며 "원가인상요인이 있어서 가격을 올린 것뿐이다. 추후 공정위 의결서가 도착하면 법리적인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