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경제성장률' 추이와 '세수(稅收)'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3대 기간세목, 전체 세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목들의 증감여부가 그해 경기상황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1%의 차이로 좌우되는 세수효과는 2조원 안팎이라는 것이 정부와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
쉽게 풀면 경기상황이 호황, 경제성장률이 오를 경우 국고로 들어오는 세수의 크기는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규모(세입예산)보다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징수 예상했던 세수를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성장률과 세수를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명료하다.
□ 성장률과 세수, '동행'의 역사 = 실제 통계수치를 통해서도 성장률과 세수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경제성장률과 세수는 동반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2004년 117조7000억원이었던 세수 규모는 2005년 127조4000억원, 2006년 138조원, 2007년 161조4000억원, 2008년 167조3000억원으로 꾸준히 늘다가 2009년 164조5000억원으로 한차례 감소한 이후, 2010년 177조7000억원, 2011년 192조4000억원, 2012년 205조8000억원(전망치) 등 또다시 증가세를 탔다.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은 2004년 4.6%, 2005년 4.0%, 2006년 5.2%, 2007년 5.1%, 2008년 2.3%, 2009년 0.3%, 2010년 6.2%, 2011년 3.6%로 기복은 있었지만 소폭의 상승세라도 성장기조를 이어갔다.
2006∼2007년 사이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 중과 등 재산세제 강화로 한 해 20조원 이상 세수규모가 급증한 것과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세수가 상당폭 줄어든 부분을 제외하면 대체로 세수 규모는 10조원 안팎에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3%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면서, 당초 정부의 예상과 달리 2008년보다 전체 세수가 줄어들기도 했다.
중간에 예외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세수가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상성장률을 기반으로 한 '국세탄성치' 등을 기준으로 볼 때 매년 평균 8∼9% 정도 세수입이 증가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최초로 국세수입 200조 돌파(205조9000억원)시대를 예고했다. 이는 작년과 세수보다 약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국세탄성치'를 고려한 평균적인 세수 증가비율보다도 1~2%p 높은 수준이다.
평년보다 세수 증가율을 높인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셈. 그러나 이 같은 세수 전망의 배경이 되는 기본적인 성장률 전망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뒤틀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낮췄다. '잠재성장률'을 고려해 4.5%의 성장률로 향후 5년간 세입전망치를 추계한 것보다 0.8%p 낮아진 것.
이에 더해 일각에선 최근 2%대의 암울한 성장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수 증감의 근본 배경이 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입예산이 당초 목표대로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아울러 정부가 '2013년 균형재정'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 이를 알면서도 세수 목표를 부풀렸다는 의구심도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이다.
□ 경기둔화론 대두…"세수감소 불가피" =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적 경기침체 상황이 올해부터 우리 실물경기에 직접 반영되는 등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1월 무역수지는 수출 부진으로 23개월 만에 적자(22억 달러)를 기록했다. 2월에는 15억 달러 흑자를 내면서 적자폭을 어느 정도 줄였지만 향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태다.
또 이란 제재 동참에 따른 석유수급 문제로 인해 고유가 상황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정부는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올해 경제가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배럴당 130달러까지 넘볼 정도로 치솟은 상황이다.
수출 감소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와 고물가에 따른 내수감소 등 악재가 겹쳐 올해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이 예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유럽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2008∼2009년 저성장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정부도 대략적인 상황에 대한 인식은 마친 상태. 지난해 말 정부는 당초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전망했던 성장률 전망치 4.5%를 3.7%로 전격 하향조정했다. 상당 기간 경기침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
이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세수 전망치(205조8000억원)가 과연 현실적인 목표인지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악재를 뚫고 MB정부 최고 성장률을 보인 지난 2010년 성장률은 6.2%로 그해 세수는 177조7000억원이었고, 이 성장률의 영향을 기반으로 한 지난해 세수는 192조400억원이었다.
지난해 성장률은 3.6%로 최고점을 찍은 2010년(6.2%)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런데도 내년도 세수 증가폭 또한 올해보다는 낮지만 비슷한 수준(13조4000억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전망 추계 자체가 보수적으로 설정되어 있고, 통상적인 국세탄성치를 고려한 세수전망치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통상적인 세수증가율을 고려할 때 내년도 세입전망치는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올해 국세청, 관세청 등 징수기관 등이 세입확충 노력을 확대할 예정으로 세수가 목표치보다 미달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인 경제상황이나 세원상황 등이 고려되지 않은 채 국세청 등 실무집행기관을 동원한 이른바 '쥐어짜기' 행정만으로는 저성장 국면에 따른 세수확보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증여세는 정부가 당초 제시한 예산안 목표치보다 25∼30% 가까이 덜 걷혔고, 증권거래세도 12% 미달됐다. 세원의 핵심인 소득, 부가세도 각각 예산안보다 4.4%, 0.5% 부족하게 징수됐다.
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09년 또한 국세 초과징수율이 0.3%에 그쳤다.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정부의 세수전망치는 얼마든지 빗나갈 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장은석·최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