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 관련 조세지원정책의 재검토 필요성(上)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가을 이후, 전 세계 경제 특히 미국과 유럽 경제는 아직까지 정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수차례의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포함한 다양한 경기부양대책을 펼쳐왔으나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지하다시피 금융위기의 해소를 위해 유럽 각국 정부가 실시한 팽창적 재정정책의 여파로 그리스를 필두로 여러 남유럽 국가들이 현재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유로존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서구 굴지의 다국적기업도 지속적인 부도 위협에 직면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 구조조정 결과는 필연적으로 실업의 증대를 초래하여 이로써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고용 문제 해결을 국가의 최우선 경제과제로 삼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 현실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 경제개발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조세감면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투자유치 정책을 시행해왔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에 포함된 외국인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정책의 주안점은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 촉진 및 이에 수반된 고도기술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구체적인 조세지원 방법과 내용은 조금씩 변화했지만 외국자본 및 고도기술의 도입이라고 하는 외국인 투자지원제도의 정책목표와 방향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정책 목표가 경제성장 자체보다는 양질의 고용창출에 있고, 외환정책의 주안점도 단순한 외국자본의 도입보다는 외국자본의 변동성 관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목표 또는 정책과제의 변화와 위에서 언급한 세계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제도'에는 그 적정성 여부를 기본 틀부터 재점검해보아야 할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생각한다.

□ 최근 서구의 다국적기업의 기업 구조조정이 주는 시사점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자회사나 지점을 두고 운용하는 굴지의 서구 다국적기업이 최근 취하는 글로벌 차원의 구조조정 방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지원 제도의 새로운 방향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서구의 다국적기업이 과거에 운영한 전형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살펴보자.

그들은 우선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 본사를 세우고 세계 각국에 지사나 지점을 두고 그중에서도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국가에는 생산공장을 두어 해당 국가의 지사가 이를 관리하도록 한다. 또 주요 시장에 인접한 국가에는 대규모 판매센터를 세우고 해당 국가의 지사가 이를 관리하도록 한다.

한편 생산공장도 지역 판매센터도 아닌 다수의 지점이나 지사들은 해당 국가의 판매를 책임지는 완전 도매상(full-fledged distributor)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네덜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싱가포르 등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적어도 지역본부를 설치하고 이러한 지역본부가 판매센터 및 관리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또 과거의 생산공장은 철저하게 임가공 용역만 수행하도록 하게 할 뿐 아니라 과거 각국의 지사나 지점이 수행했던 도매기능까지 지역본부가 관장하도록 하는 변화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다국적기업은 각종 원가도 절감하여 기업의 생산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조세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는 이미 보편화된 현상인 바, 그 결과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과 같이 지역본부가 설립되는 국가에서는 양질의 고용이 창출되는 반면 기존의 생산공장이나 일반 지사를 둔 국가의 경우에는 고용 규모가 축소되거나 고용의 질적 수준도 현저히 저하됨으로써 고용 측면에서 국가 간 양극화가 심화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은 첫째로 '전 세계적으로 지역본부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는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은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의 설립·운용 시 과연 어떤 이점을 다국적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인가?'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투자지원제도가 과연 이런 지역본부의 설립에 대해 특별히 유리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도 제기된다.

□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 관련 조세지원제도의 특징

외국인투자에 대해 조세감면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 관련 조세지원은,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첨단 고도기술을 수반하는 제조시설이나 R&D 센터 또는 업종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 또는 사업장을 직접 설치·운용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있다.

그 대상 업종을 살펴보면 제조업, 관광업, 물류업 등에 한정되어 있다. 즉, 우리나라에 지주회사 형태로 진출하는 외국기업이나, 설사 지주회사라는 법적 형태를 갖추지 않아도 지역본부로서 주로 외국 자회사나 지점을 관리·감독하거나 그룹 차원의 용역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세지원제도를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이중과세 해소를 위해 최근에 도입된 연결납세제도, 동업기업과세제도 등도 100% 한국에서 설립되어 운용되는 토종 내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으로서는 한국에 지역본부를 세울 조세상 유인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본부 설립 시 고용할 고급인력들의 영어 사용 수준이나, 외국인 투자가들의 주거환경 등에 있어서도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우월한 점이 많지 않다.

따라서 현 제도하에서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가 우리나라에 다양한 형태로 설립됨으로써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경제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약력] : 미국 버클리대학 경영학 석사, 프랑스 시앙스포대학 경제학 박사, OECD 재정위원회 사무국 주무행정관·재정경제부 세제실 소득세제과장, 국제조세과장, 법인세제과장·유엔 산하 조세전문가회의 부의장 등 역임, 법무법인 율촌(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