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과세-공정사회·공생발전 국정화두 구현
고용창출·전월세난·물가안정 세법개정 '초점'
임투폐지 등 반발확산시 국회 논의 만만치 않을 듯
기획재정부가 7일 2011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사용해 왔던 '세제개편'이라는 문구를 '세법개정'으로 대체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하고 있다.
조세체계의 전환이 아닌, 시대와 경제상황에 맞게 현행 세법을 고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연례행사로 굳어진 세제개편에 대한 국회 차원에서의 문제 제기(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있었다는 점이 감안된 작지만, 나름의 의미가 담긴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용어의 교체는 국민들과 하등 상관이 없다. 국민들은 매년 수 십개씩 고쳐지는 조세제도가 피곤할 뿐이다.
이런 측면을 감안하면 195개 법령 개정사항이 담긴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은 국민들의 피곤함을 덜어주는데는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조세정책 '히든카드' = 고용과 물가, 전월세난(難) 등 정부는 결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과 사투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 뚜렷한 해결기미도 사실 보이지 않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재정건전성 확보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세법개정의 방향도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측면지원책 마련에 맞춰진 모습.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전환을 꾀하거나 근로장려세제 적용대상 확대, 전·월세 소득공제 적용대상 확대 등이 제시됐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는 그 동안의 '소신'을 꺾고, 소득세 및 법인세 추가감세(과표구간 신설-중견.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지속 추진)를 철회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아예 소득세를 면제(3년간)해 주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까지 내놓았다는 것은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어느 정도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화두, 공정사회와 공생발전에 '코드'를 맞춘 조세제도 도입도 눈에 띈다. 극심한 논란 속에서도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을 확정했고,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대상을 확대한 부분이 눈에 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같은 조세정책들은 '히든카드'나 다름없다.
어느 정도 효율성을 내느냐에 따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여분의 '산소호흡기'까지 동원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의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이명박 정부의 집권말기는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 논란의 조세제도 개편, 험난한 '가시밭 길' 예고 = 일감몰아주기 과세 문제는 정부가 올해 초부터 입에 올린 과제다. 정부의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제도 도입과 관련한 논란이 상당히 격심했다.
일단 재정부는 '강공'을 선택한 모습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더불어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도 주목된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대체한다는 방침이지만 기업들의 '체감지수'는 확실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추가감세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재계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그 동안 법인세 추가감세를 철회할 경우, 임투 등을 현행 유지해 기업투자의욕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등 후속적인 논의과정이 결코 만만치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정기국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맞선 재계의 반발이 거셀 경우 정치권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결단에 휘둘려 일감몰아주기 및 임투 폐지 방침이 급격히 변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들고 여의도로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