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域外脫稅)' 문제에 대한 개관(槪觀) -(상)

□ 문제의 제기

2008년 초 리히텐슈타인의 LGT사건  그리고 2009년 UBS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각국의 재정악화가 초래되자 전 세계적으로 역외탈세(offshore tax evasion)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LGT 사건( Liechtenstein tax affair)은 독일 국세청이 내부자의 CD를 통한 제보로 조세피난처인 리히텐슈타인 금융계좌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탈세조사를 한 사건. 

그 CD에는 독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다른 많은 나라 국민의 상세한 계좌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CD는 독일 비밀정보국이 500만 유로에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있다. 이 정보가 각국에 전달되어 조사가 이루어지고 조세피난처에 대한 각국 정부의 과세협력 등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의 과세당국들은 역외탈세를 근절하기 위한 공조체제 확립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뉴욕발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0월, 파리에서 열린 '투명성과 조세 정보교환에 관한 OECD 및 EU 고위급회의'에서는 은행 비밀주의(bank secrecy)에 대한 선전포고가 시작되었다.

2009년 4월 런던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참가국들의 단호한 의지가 재확인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조세피난처(Tax Haven)로 알려진 국가 또는 지역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였다.

그 결과 조세투명성과 관련된 OECD 기준을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비협조적 지역들'은 2009년 한 해에만 300여개 이상의 조세정보교환협정(TIEA) 또는 강화된 OECD 정보교환조항이 포함된 조세조약을 체결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OECD 국가들이 과거 10년 동안 이룬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역외탈세 문제란?

역외탈세는 일반적으로 소득의 실질 귀속자가 국내 거주자인데도 명목이나 형식은 비거주자(또는 외국법인)인 것처럼 위장하는 데서 출발한다.

흔히 변칙적인 거래로 자금 또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그 원천에서 발생한 소득은 은닉해 해외에 재투자하거나 국내에 밀반입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탈세자금은 왕왕 가공회사나 신탁등을 매개로 조세피난처 또는 역외금융센터(offshore financial center)에 예치된다.

그 동안 이들 지역이 문제라고 인식되었던 이유는, 이들 지역이 국내법상 금융정보의 비밀보장(bank secrecy) 관련 제한규정 등을 이유로 과세당국의 은행정보 접근을 거부하고, 외국 과세당국과 조세정보 교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탈세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전세계 조세피난처와 역외금융센터에 약 5조달러의 재산이 은닉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이로 인한 세수 손실이 연간 1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역외금융센터의 비협조적 행위에 대응, 외국의 주요 선진국들은 ▲정보교환 등 과세당국간 국제공조 강화 ▲역외탈세 또는 대 재산가 관리 전담조직 신설 ▲해외 정보수집요원의 파견 ▲역외탈세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등 행정적 노력은 물론, ▲납세자의 사전 보고의무 신설 ▲금융기관에 포괄적 정보제출의무 부여 ▲금융기관 및 세무대리인과의 협력 또는 규제 강화 등, 각 국의 상황에 맞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우리 과세당국도 최근 역외탈세 대처역량 제고를 위해 ▲탈세자에 대한 법률제도 정비 ▲조세정보교환협정 체결 확대 ▲국제탈세정보 센터 가입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 설립 ▲국제세원통합분석 시스템의 구축 ▲미국 IRS와 '한∙미 동시 범칙조사 약정' 체결 등 대내외적인 노력을 꾸준히 경주하고 있다.

또 2010년 12월에는 '해외계좌신고제도'까지 도입함으로써 역외탈세를 근절하기 위한 전 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역외소득 탈루현상은 경제 및 투자 활동의 세계화, 외환자유화 및 금융기법의 발달 등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증대되고 있으나 한편으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가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의 과세당국도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역외펀드 또는 역외금융회사를 이용한 소득탈루

국세청이 2010년5월에 발표한 보도자료와 1999년3월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보도자료에 포함된 상당수의 사례들이 조세피난처 또는 역외금융센터에 역외펀드나 역외금융회사를 설립, 이를 이용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와 같은 역외금융센터의 활용은 우리나라가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외환거래를 자유화함에 따라 가능해졌다.

또 IMF 외환위기 이후에 정부가 자본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방함에 따라 국내투자자는 해외에 역외펀드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2007년 2분기에는 국내 또는 외국의 자산운용회사가 국내에서 자금을 모아 외국에 투자하는 역외펀드의 규모가 14조원에 달하였으며,  2009년 말 1조7000억으로 감소하기는 했으나, 후술할 세제상의 장점으로 인해 그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모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 PEF)의 역외 투자목적회사 설립 (Off-shore SPC)이 최근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미 타결된 한∙미FTA 협상에서 국내 금융시스템에 혼란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新 금융상품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허가를 거쳐 판매할 수 있도록 합의, 국내 투자자들이 손쉽게 다양한 상품의 역외투자펀드에 가입할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또한, 지난2007년 1월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이 개정됨에 따라 해외 진출 국내중소기업과 해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한국 벤처투자조합의 설립이 가능해졌다.

개정법률에서는 외국계 자본의 참여 확대를 위해 한국벤처투자조합의 운영주체 및 투자대상을 외국투자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벤처캐피탈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재원을 조달하여 해외 기업과 해외진출 한국법인에 투자하는 펀드의 설립이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투자재원 조달시 고려하는 투자자 그룹으로는 국내 및 해외 기관투자자 및 부유한 개인투자자들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각각의 해외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관련 법규는 상이한 법률체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공통의 법률과 규제를 적용하거나, 세제상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역외금융센터에 투자펀드를 설립하는 일이 빈번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 감독당국이 위와 같은 역외펀드나 역외금융회사의 활동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 11월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 거주자가 역외펀드를 설립할 때 한국은행총재로부터 허가를 받게 하고, 특히 국내 상장법인의 역외펀드 설립은 반드시 당국의 모니터링을 받고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 후 외국환거래규정이 지난 2007년 11월에 개정되어 역외펀드라는 개념을 좀더 확대한 역외금융회사라는 개념을 도입,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그 규정에 따르면 역외금융회사의 설립 및 운영상황을 매 분기 한국은행 총재 및 금융감독위원회에 해외직접투자로서 보고하게 하였다.

역외금융회사는 해외직접투자 현지법인으로 감독법규상 자회사 감독 대상에 자동 편입되어 ▲금융회사의 자회사 출자한도 ▲자회사 업종제한 등 설립규제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규제 ▲자회사와의 거래제한 및 임직원 겸직제한 등이 적용된다.

또한 증권거래법령에 의거, 역외금융회사에 투자한 상장 및 등록법인은 그 내용을 사업보고서로 공시해야 한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령은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모든 회사를 연결재무제표작성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역외금융회사도 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에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