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을 통해 조세전문가 배출이 가능한가?

2012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1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 비율을 놓고 논란이 많다. 

첫해 합격률을 75% 이상으로 한다는 12월 7일의 법무부 변호사 시험관리위원회 결정 이후에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 합격비율의 정도에 따라 증가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변호사의 숫자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변호사 숫자의 증가는 법률시장 개방까지 맞물리면서 변호사들간 격한 경쟁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한편 변호사 숫자의 증가는 변호사의 직역 확대를 위한 노력으로 연결되고 조세분야의 경우를 보는 경우 변호사, 세무사, 공인회계사간 직역 다툼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세무사'라는 자격사용을 둘러싸고 로스쿨제도 이전에도 직역간 다툼이 있었지만, 올해 1월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변호사가 지난 10월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대리 등록신청거부에 대해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하면서 조세분야 직역간 다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비율의 정도, 세무사 명칭사용의 허용 여부는 대립되는 주체들 간 논리, 감정, 이해관계 등이 부딪치면서 어느 쪽이 어찌해서 무조건 옳다고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이들 문제에 대해 어떠한 결론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시험의 선택과목의 하나인 조세법의 실례를 통해 변호사시험과 조세전문가 배출의 관계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는데 이글의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변호사시험을 아직 시행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11월 1일에 선택과목 문제유형이 법무부에 의해 공개된 바 있다.(http://www.moj.go.kr/lawyer 참조) 

7개 선택과목중 하나인 조세법의 경우도 논술형(사례형) 두 문제가 공개되었다.  

제1문은 양도소득세 사례로서 당초처분과 후행처분의 관계에 대한 국세기본법 제22조의2, 유동적 무효와 관련한 소득세법상 양도의 개념 등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제2문은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사례로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에 대한 것, 부당행위계산부인에 대한 것을 물었다. 

2010년 4월부터 변호사시험 7개 선택과목 문제유형 연구위원회에서 고민하여 나온 것이라 문제의 수준은 매우 높다. 최근 세무사 제2차시험과목의 '세법학1부'의 문제유형과도 맥이 닿는다. 

다만 변호사 시험의 논술형은 세무사 시험과는 달리 법전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세밀한 법조문의 내용을 외우고 있느냐 보다는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갈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올해로 다섯 번째로 실시된 일본 신사법시험(우리의 변호사시험과 유사)의 선택과목중 하나인 조세법의 경우(8개 선택과목중의 하나)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일본 신사법시험의 조세법 문제를 보면, 시험 시 주어지는 법전에 세법으로는 국세통칙법(우리나라의 국세기본법에 해당), 소득세법, 법인세법 3개만 실려 있다. 

제1문의 골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식당 사장이 함께 사는 아들을 식당에서 일 시키면서 봉급도 주고 나중 그 식당 주방장을 시키기 위해 수강료 명목으로 돈을 주어 조리사자격증학원에 다니게 한 경우 아들이 받아가는 수강료에 대한 과세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평소 피아노 연주나 강습으로 돈을 버는 식당 사장부인이 주말에 시간날 때 그 식당에서 연주하고 연주료를 받아가는 경우 그 연주료에 대한 과세는 어떻게 될까?  그 식당 종업원이 식당매상금을 훔쳐 달아난 경우 식당 사장은 그 매상금에 대해 세금 내야 하는가?  식당을 법인으로 운영하는 경우 식당임원이 식당매상금을 횡령하고서 다 써버린 경우 그 돈에 대한 법인세 과세는 어떻게 될까?"

위 사안에서 세목으로는 소득세, 법인세, 증여세 등이 문제되고, 쟁점으로는 필요경비, 손금산입 인정여부, 사업소득 여부 등이 등장하게 된다. 제2문의 사례에서는 청색신고제도와 추계과세의 문제를 다루었다.

우리나라의 변호사시험의 공개유형상 문제나 일본의 신사법시험상 문제에 답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조세전문가로서 기본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시험합격만으로 바로 해당 분야의 실력 있는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런데 로스쿨 학생이 변호사시험에서 조세법을 선택할까? 

공인회계사, 세무사, 세무공무원 등도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데, 그 학생들은 얼마나 조세법을 선택할까? 

지금의 로스쿨 학생이라면 선택과목 결정 시 향후 전문분야의 특화 여부 이외에도 공부량이나 고득점 취득, 과락의 회피 등을 고려할 것이다. 

변호사시험에서 어떠한 과목을 선택할 지는 로스쿨을 다니는 동안 무슨 과목을 들을 것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비율 이야기 나오면서 12월 1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표한 '법학전문대학원 학사관리 강화방안'에 따르면 상대평가 원칙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자격을 갖고 있는 학생이 세법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 법학도  세법도 공부한 적이 없는 학생은 세법 수업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학사경고와 유급제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그리고 학점이 판사 및 검사 임용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예측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로스쿨에서 세법교육이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로스쿨에서 세법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님들 간 교류를 통해 조금씩 합의점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시험의 조세법 문제도 이러한 합의점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합의가 늦어질수록 학생들의 불안은 증대되고 로스쿨에서 변호사시험 대비를 전제로 한 세법수강생은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일본 신사법시험법상 선택과목 8개중 조세법은 국제법(일본식 표현에 따르면 '국제관계법(공법계)') 다음으로 응시자가 적다. 2010년 5월 실시된 시험의 경우 수험자 8163명의 6.1%인 489명만이 응시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사법시험'의 경우 조세법은 제1차 선택과목 8개중 하나이다.

법무부가 선택과목 비율에 대해 공시를 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관련 신문기사에 따르면 조세법의 채택비율이 일본의 경우보다 훨씬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률저널이라는 로스쿨 전문지에서 2010년 사법시험 2차 합격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이중 645명의 회신을 받았는데, 조세법을 선택하여 합격한 사람이 1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다만 지적재산권법도 3명, 법철학도 6명으로 그 수가 매우 적어서 조세법만의 문제라 하기 어려운 점은 있다. 

2007년부터 법무부에서 사법시험 제1차시험에서 표준점수제를 도입하여 선택과목 간 난이도 편차문제를 해결하려 하였지만 선택과목 쏠림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지난 7월에 표준점수제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는 했지만, 해당 제도의 법적 타당성에 대한 것이지 선택과목 쏠림을 막는 정책적 성공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한편 '국제법'의 경우 올해 일본 신사법시험법에서 가장 낮은 채택률을 보인 데 반해(수험자 8163명의 1.3%인 103명이 선택), 우리나라 사법시험에서는 가장 높은 채택률을 보이고 있다.(올해 제2차 합격자중 위 전문지 설문에 응한 645명의 51.6%인 333명이 선택) 

시험유형 및 범위의 동일여부, 자료의 정확성 등 일본과 우리나라를 단순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일 또는 유사한 과목을 놓고 선택과목 선택이 이처럼 다른 것을 보면 시험을 전제로 한 '과목선택'은 그 과목 특성 이외에 다른 어떤 요인이 있을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험에서 조세법의 채택률은 우리나라든 일본이든 너무 낮다. 

변호사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선택하지 않더라도 나중 변호사가 되면  법률자문할 때 조세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미리 생각하여 로스쿨에서 조세법 수강을 하는 학생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당장의 변호사시험이나 학점의 압박감으로 학생 수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세무공무원 등 세법에 대한 기본지식 있는 학생의 경우 조세법 수강을 특별히 하지 않더라도 로스쿨 교육을 받고 변호사시험에 합격을 한 후 그 동안 체득된 법적 사고를 통해 조세문제를 해결한다면 훌륭한 조세전문가가 될 수 있다. 

조세법 전문가라면 잘잘한 세법 내용을 얼마나 더 많이 아느냐 보다도 주어진 문제에서 세법을 바탕으로 어떻게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이나 바른 해석을 해 나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로스쿨의 조세법 수업자체가 전자에 초점을 맞추어 가르치는 소재는 세법 뿐이고 법적 사고를 키우기 위한 수업이라면, 보다 많은 로스쿨 학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강의하기가 쉽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당장은 변호사시험이 조세전문가를 배출하는데 직접적인 기여는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험과목으로서 조세법을 선택하여 변호사시험을 합격했으니 조세전문가로서 기본을 갖추었다고 할 만할 로스쿨 학생이 당장은 많이 나오기 어렵다.

다만 종전의 사법시험 체제하의 경우보다는 훨씬 더 많은 변호사가 조세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세법의 경우 변호사시험 시행으로 종전 오지선다형 객관식이 논술형으로 바뀌었다.

로스쿨에서 세법 수업시간에 핵심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로스쿨 교수 간 합의점이 도출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가 출제되고 다시 그 문제의 경향에 비추어 수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로스쿨이 시행되면서 많은 로스쿨이 세법교수를 전임으로 임용하였다.  이러한 인적 자원을 토대로 세무사와는 또 다른 조세전문가로서 변호사를 길러내야 한다.  

이는 조세전문가간 직역다툼을 위해서가 아닌 납세자의 다양하면서도 수준 높은 조세자문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