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아파트 조합원 분양권을 취득한 A씨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관할구청을 찾아갔다. 구청에 들어서자마자 세제과로 직행한 A씨는 직원에게 다짜고짜 "이거 이중과세 아니냐!"고 따졌다.
지난해 재건축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하고 이미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한 A씨, 오전에 동네 부동산에 들렸다가 중개인으로부터 입주할 때 취·등록세를 또 내야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아파트 한 채에 똑같은 세금을 2번이나 부과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구청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A씨 말대로 한 아파트에 똑같은 세금을 2번이나 부과한다면 이는 이중과세임에 틀림없지만,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권을 취득하고 입주하는 경우에는 취·등록세를 2번 내는 것이 정당한 과세라고 한다.
재건축 아파트에 취·등록세가 2번 부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강남을 비롯한 전국에 재건축 바람이 불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A씨의 경우와 같은 취·등록세 이중과세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각 구청 세제과에 자주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지방세제관실에 따르면 재건축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할 당시에 취·등록세를 냈더라도 아파트 완공 후 입주할 때 취·등록세를 또 납부해야 하는 것은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토지분과 건물분에 따로 과세되는 취·등록세의 특징 때문이다.
행안부 세제실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와 달리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권을 취득하고 입주하는 경우 취·등록세를 2번 납부하는 것이 맞다"며 "쉽게 설명하자면 땅을 사서 그 위에 집을 짓는 경우와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집을 짓기 위해 땅을 샀을 경우 토지에 대한 취·등록세를 내야하고, 그 위에 집을 지었을 때는 건물분 취·등록세를 따로 내야한다.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권을 취득한 것은 땅을 산 것이고, 건물에 입주하는 때는 그 땅에 건물을 지은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는 설명이다.
세제관실 관계자는 "A씨가 조합원 분양권을 취득한 것은 재건축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것으로 아직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취득한 분양권은 재건축아파트의 토지를 획득한 것"이라며 "이때 납부하는 취·등록세는 토지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토지를 소유한 조합원들은 사실상 재건축아파트의 건축주로서 아파트가 완성된 후에 건설비용을 내고 입주하게 된다"며 "아파트 건설에 들어간 총비용 중 자신의 입주 아파트에 투입된 공사비용이 건물분 취·등록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권을 취득한 경우 토지분에 대한 취·등록세를 내야하고, 아파트가 완공돼 건설비용을 시공사에 부담하고 입주할 때는 건물분에 대한 취·등록세를 내야하는 것이다.
세제관실 관계자는 "신축 분양아파트의 경우 취·등록세를 한번만 내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 입주자들은 이중과세라는 오해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신축 아파트의 경우 구입시 토지분·건물분이 다 포함돼 과세되므로 전체 부과금액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