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출범한 일본의 민주당 내각이 제시한 개혁적 경제정책 중 조세분야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내용 두 가지를 들자면 우선 고소득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소득공제의 형태로 제공되던 부양가족공제를 앞으로는 세액공제와 수당으로 전환하겠다는 것과 소비세의 역진성 완화대책으로 기초적인 소비지출에 상당하는 소비세액을 향후 일률적으로 세액공제하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신정부의 세제개혁의 내용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대해 도리어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치며, 소득이 낮아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깍아줄 방법도 없다고 강변하는 동안 지척지간인 일본에서는 저소득층의 조세부담을 경감하고 보조할 수 있는 방법을 성실하게 찾아서 보란 듯이 제시한 것이다.
재정학 교과서에서도 소득공제란 과세소득에서 공제하는 것이고 세액공제란 해당금액을 납부할 세액에서 공제하는 것이어서 세액공제가 저소득층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단 납부할 세금이 없는 면세점 이하의 납세자에게는 세액공제든 소득공제든 효과가 없다. 이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보조금 혹은 수당을 지급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소득세 제도는 여러 가지 명분의 소득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인적공제(부양가족공제), 보험료공제, 의료비 및 교육비 공제 등이 대표적이다.
세법학계에서는 이러한 공제되는 비용들을 주관적 필요경비라고 부른다. 해당 소득을 창출하기 위하여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객관적 필요경비라고 부르며 소득금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이미 공제된다(순소득과세원칙).
이에 비교하여 인적공제, 의료비공제 등을 주관적 필요경비라고 부르는 까닭은 이들 비용은 소득의 창출과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지만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가족의 유지와 건강에 대한 고려 등은 필수불가결하므로 이를 넓은 의미에서는 필요경비라고 분류하는 것이다.
가족 1인당 150만원을 소득공제하는 부양가족 공제의 규모도 최저생계비 수준을 감안할 때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지만 세법이 이를 소득공제로 해결하기 때문에 가족 1인을 추가적으로 부양하는 납세자는 그가 한계세율 30%에 해당하면 45만원을, 그리고 5%에 해당한다면 7만5000원의 세금을 줄여서 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1개월이 아니고 1년을 단위로 해서 그런 것이다. 줄여주는 금액의 규모도 문제이고 효과의 역진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가장 먼저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이미 오래 전에 자녀소득공제를 보조금제도로 전환하였다.
독일의 자녀보조금은 내용상 자녀의 최저생계비보장보조금과 육아/교육비보조금으로 구성된다. 여러 번의 보조금 금액의 인상과정을 거친 후 현재에는 첫째와 둘째 자녀에 대해서는 매달 184유로(약 29만원), 셋째 자녀에 대해서는 190유로(약 30만원), 그리고 넷째 자녀부터는 매달 215유로(약 34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단, 이 보조금보다 자녀 1인당 연 3504유로(약 550만원) 규모의 자녀소득공제가 유리한 소득층 납세자에게는 자녀소득공제를 허용해준다. 부부합산의 경우 자녀 1인당 소득공제는 연 7008유로(약 1100만원)가 된다. 한계세율이 30%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자녀소득공제는 후세의 육성을 위한 국가의 사회보장급부가 아니며 오로지 일반적인 납세자의 세율 산정에 적용되는 기본원칙인 조세평등 및 응능부담원칙의 실현일 뿐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20일 한국조세연구포럼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해 발표를 한 일본의 원로 세법학자 후캐 토시로 교수는 이러한 소득공제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위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즉, 자녀수당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회보장급부의 역할을 소득공제에 맡기는 것은 헌법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19세기에는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기초한 응능부담원칙에 비례세율이 부합되는 것으로 보았고 이러한 바탕에서는 소득공제가 그 같은 형식적인 공평과세에 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부터는 생존권의 보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수직적 평등추구야 말로 세제운영의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실질적인 수직적 평등을 위한 응능과세의 구현을 위하여는 소득공제는 보조금 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 문제가 우리에게 중요한가? 응능과세원칙은 일단 제쳐두더라도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인구구조의 문제가 한 국민경제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출산과 육아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녀보조금과 공교육 강화로 실현될 수밖에 없다. 경쟁사회에서 상대적 저소득층은 필연적으로 다수이며 이 다수가 출산하기를 꺼린다면 어떻게 출산율이 증가하겠는가?
다수인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도록 소득공제를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재정수요의 증가를 수반한다. 그렇다고 이를 피해갈 수 있을까? 저출산은 국가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미래를 대비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재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설정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