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인 A씨는 직장 주변 B주점의 단골 손님이다. 바쁜 회사 생활에 지칠 때마다 업무가 끝나고 B주점에 들러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술 한 잔과 이야기로 날려 버리곤 한다.
오늘도 퇴근 후 동료들과 B주점을 들른 A씨. 그런데 이 주점이 사라지고 말았다. 같은 곳에 C란 주점이 새로 들어서고 B주점은 감쪽같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 들르는 단골인데 지난 주까지 아무런 말도 없다가 갑자기 없어지니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러나 특별히 갈 곳도 마뜩찮은 A씨는 새로운 주점인 C로 동료들과 함께 들어섰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간판이 바뀐 것을 보고 다른 가게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지만 인테리어부터 종업원, 심지어 A씨가 지난 주 남긴 양주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어리둥절한 A씨에게 지배인이 다가와 자리를 안내했다. A씨는 같은 주점인데 간판과 이름을 바꾼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지배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 간이과세사업자 유지위한 1년 단위 편법= 지배인의 설명은 이랬다. 음식점이나 주점과 같은 업종을 하기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B주점처럼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업종의 개인사업자는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 중 하나를 선택해 신고할 수 있다.
연간 매출액이 4800만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 일반과세자로 사업 등록을 하고, 4800만원에 미달 될 것으로 예상되면 간이과세자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과세와 간이과세의 가장 큰 차이를 들자면 간이과세자는 매출이 4800만원 이하, 즉 소득이 더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세율이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계속 간이과세자로 있으면 세금을 계속 덜 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간이과세자로 무작정 있을 순 없다. 만약 신고 다음 해의 매출액이 4800만원을 초과하면 간이과세자로 등록했다하더라도 일반과세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B주점의 사장은 이 점을 노린 것이다. 일단 간이과세자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1년이 지나 일반과세자로 전환이 될 쯤, 폐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해당 사업장에 대한 기록은 소멸이 된다.
그러나 명의를 다른사람(속칭 바지사장)으로 바꾸고 상호만 바꾸면 다시 새롭게 간이과세자로 사업을 시작해 계속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법이 주는 혜택을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각종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 이 같은 탈법행위가 감소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주점과 음식점을 중심으로 이런 불법 탈세가 완전히 뿌리 뽑히진 않았다고 한다.
사업자들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엄연한 조세법 위반행위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