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통된 용어들이 있다.
총급여, 비과세소득, 기본공제, 특별공제, 과세표준, 근로소득공제, 근로소득세액공제 등 비슷하게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의미를 가진 헷갈리는 용어들이 머리를 아프게 한다.
평소에는 연봉, 월급, 원천징수 등만 알아도 세금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됐는데, 연말정산 시기가 되면 유독 어려운 용어들이 근로자들을 괴롭힌다.
그렇다고 연말정산을 안 할 수도 없고, 하려고 해도 이런 용어들을 제대로 알기 쉽게 가르쳐주는 곳도 없다. 신문에서 연말정산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고 해도, 적어도 총급여와 연봉의 차이점 정도는 알고 접근해야 이해가 되니 말이다.
□ '총급여= 연봉-비과세소득'= 연말정산은 먼저 자신이 받은 연봉에서 비과세소득을 뺀 총급여에서 시작된다. 근로자들은 월급과 상여금 등을 합쳐 '연봉'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비과세소득을 빼면 '총급여'가 나온다.
비과세소득은 소득세법 제12조에 나열돼 있는데 ▲실비변상적 급여(자가운전보조금 월 20만원 등) ▲국외근로소득 ▲생산직 근로자 등의 야간근로수당 ▲식사대(월 10만원) ▲육아휴직급여 및 산전·후 휴가급여 ▲기자의 취재비(월 20만원) 등이 있다.
또 유치원, 초·중·고 및 대학교 교직원 또는 교수 등에게 지급되는 교원연구비,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 부설 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연구원에게 지급되는 연구비용도 비과세 근로소득에 해당된다.
예컨대 근로자 A씨가 올해 자가운전보조금(월 20만원)과 식사대(월 10만원)을 포함해 월급과 상여금으로 총 4000만원을 받았다고 하자. A씨의 연봉은 4000만원이지만, 총급여는 3640만원(4000만원-자가운전보조금 240만원-식사대 120만원)이 된다.
□ '근로소득공제'와 '근로소득세액공제'= 올해 내야 할 세금이 얼마인지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총급여에서 근로소득, 기본공제, 특별공제 등을 빼고, 과세표준을 산출한 뒤 세율과 곱해 세액을 결정한 후 근로소득세액공제를 적용해야 한다.
여기서 일률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근로소득공제와 근로소득세액공제이다. 두 용어는 단순히 '세액'이라는 말이 있고 없고의 차이이지만, 쓰임새는 상당히 다르다.
근로소득공제는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배려하기 위해 총급여 단계에서 일정액을 공제하는 일종의 '필요경비' 성격이며, 근로소득세액공제는 산출세액에서 일괄적으로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근로소득공제는 올해부터 총급여액에 따라 ▲500만원 이하 총급여액의 80% 공제 ▲500만원 초과~1500만원 이하 400만원+500만원 초과금액의 50% ▲1500만원 초과~3000만원 이하 900만원+1500만원 초과금액의 15% ▲3000만원 초과~4500만원 이하 1125만원+3000만원 초과금액의 10% ▲4500만원 초과 1275만원+4500만원 초과금액의 5% 등으로 구분된다.
예컨대 총급여가 3640만원인 A씨는 1189만원을 근로소득공제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소득금액(총급여-근로소득공제)이 2451만원으로 산출된다. 만약 총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를 뺀 금액이 '0원'이 나왔다면 내야 할 세금이 없기 때문에 힘들게 연말정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근로소득금액에서 각종 기본공제과 특별공제를 뺀 후 과세표준이 산출되고, 여기에 세율을 곱해 산출세액이 결정된다. 만약 A씨의 기본·특별공제 금액이 1000만원이라면 과세표준은 1451만원이고, 산출세액은 112만1600원이 된다. 산출세액에서 근로소득세액공제를 빼줘야만 그 해에 내야할 세금이 결정되는 것.
근로소득세액공제는 산출세액이 50만원 이하일 때 55%, 50만원 초과일 때 30%가 주어지며, 공제한도는 5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A씨가 올해 내야 할 세금은 46만1480원(27만5000원+18만6480원)으로 계산된다.
□ 부양가족 공제‥연간소득금액 100만원의 의미는?= 근로자를 위한 소득공제에는 근로자가 부양하는 가족을 위한 공제도 있다. 예컨대 근로자의 배우자를 포함해 같이 거주하는 자녀(만20세 이하), 부모님(만60세 이상), 형제자매(만20세 이하 또는 만60세 이상) 등이 부양가족 공제 대상자들이다.
다만 부양가족들은 연간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여야만 한다. 연간소득금액은 종합소득(이자·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에 대한 소득금액의 연간 합계액을 의미한다. 다만, 비과세소득이나 분리과세소득은 연간 소득금액에서 제외된다.
즉 부양가족이 근로자일 때 총급여(연봉-비과세소득)에서 근로소득공제를 한 근로소득금액이 연간 소득금액이 된다. 부양가족의 총급여가 500만원이라면, 근로소득공제액(400만원)을 차감, 100만원이 되기 때문에 부양가족 기본공제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하는 부양가족이라면 웬만하면 비과세소득을 뺀 총급여가 500만원을 넘기 때문에 사실상 부양가족 기본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근로소득 등 종합소득이 전혀 없는 배우자가 자기 명의의 부동산을 양도해 일시에 양도소득(퇴직소득) 등이 발생해 연간소득금액이 100만원을 넘었다면, 부양가족 공제를 받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