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비상 경영체계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지난 달 15일 한상률 前국세청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낙마한 지 한 달을 넘기고 있지만 국세청은 아직까지 허병익 차장의 국세청장 직무대행 체제라는 비상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후임 국세청장 인선을 위해 청와대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조차 감지되지 않는 상황만 벌써 보름을 훌쩍 넘기고 있다. 특히 18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장 인선문제는 당분간 잊어달라"고 한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그리고 경찰에 이어 국세청을 4대 권력기관으로 분류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지금 국세청을 향한 외풍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고 있다. 당장 지방국세청을 없애고 국세청을 상시 감시하기 위한 조직인 외부감시위원회 설치, 그리고 세무서를 일정부분 통합하는 등의 국세청 조직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또 국세청 본연의 소관업무인 재정확보 부분에서도 벌써부터 올해 세수가 10조원이 부족할 것 같다는 전망치가 나오고, 내년에 거둘 세수 규모는 예년보다 수십조원 줄어들 것이라는 어두운 분석들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가 후임 국세청장 인선작업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발등의 불인 조직개편문제는 물론 국세청 본연의 업무인 세수확보와 나아가 대국민서비스를 철저히 이행해 보라'는 취지로 마치 국세청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국세청의 조직개편 문제는 이 나라 국민 절반에 달하는 수많은 납세자들의 편의와 권익과 직결된다. 또한 국가의 징세체계를 손질하는 것이다. 오랜기간 납세자들을 접해왔던 국세청 의견이 조직개편 모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요소로 작용돼야 한다.
국세청을 '통제'하려는 상급기관의 욕심과 현재의 조직을 지키려는 국세청 내부의 밥그릇 지키기를 떠나 무엇이 국민을 위해 옳고 더 나은 방향인지가 판단의 우선에 있어야한다.
이 상황에서 조직개편이 논의되고 또 이뤄진들 대다수 납세자들은 물론 국세청 직원들이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국세청장 인선을 늦추고 있는 것은 인재부족 등 나름의 고민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부적인 고민이 있다고 해서 집권 2년차를 맞는 상황에서 '인물난'이라고만 둘러대며 중요 부처의 수장에 대한 임명을 무한정 늦추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금 국세청은 한해의 국세행정방향을 정해 전국으로 전파하는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1월에 계획했다가 연기해 놓고 새 청장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수장의 임명이 늦어지면서 국가의 운영의 핏줄인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기관인 국세청과 조직원들이 자칫 방향타를 잃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