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비용 많이 지출한 연인에 더 집착한다?"

최근 모 잡지에 게재한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접했다. 특정 상황에 따른 사람 심리에 관한 연구 결과를 게재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데이트 비용을 많이 지출한 연인에게는 그렇지 않은 연인에 비하여 헤어질 때 좀 더 집착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즉, 이미 지출된 데이트 비용을 그 사람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내용을 경영학적 원리에 적용하여도 과연 결과는 동일할까? 아마 조금 다를 것이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데이트 비용은 이미 지출된 원가(매몰원가)이기 때문에 어떠한 의사 결정에서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현재 만나는 연인과 헤어진다는 의사 결정을 할 경우에는 현재보다 좀 더 나은 이성을 만나거나, 아니면 자기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기존 연인과 헤어짐으로써 얻게 되는 상실감을 비교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이미 지출된 데이트 비용은 헤어지는 의사 결정에서 고려대상이 될 수 없는 원가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연인과 헤어지건 계속 만나건 간에 과거에 발생한 데이트비용은 변함 없기 때문이다.(또는 현재의 연인과 헤어진다고 해서 과거에 발생한 데이트비용의 일부를 돌려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 활동에서 직면할 수 있는 의사결정도 마찬가지다. 즉, 이미 지출된 매몰원가는 의사결정시 고려대상이 아니다. 간략한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예를 들어 딸기 주스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를 가정하자. 관련 자료는 다음과 같다.




만약, 하루에 총 30잔을 생산할 수 있다면 딸기 주스 한 잔당 원가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따라서, 위 업체는 딸기주스를 1잔 판매시 단위당 \1,000의 이익(=\3,000-\2,000)이 발생할 것이다.

만약, 이 업체가 업무 마감 직전까지 총 10잔의 주스를 판매하였으며, 마감 직전에 어떤 고객으로부터 20잔의 주스를 구입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자. 동시에 그 고객이 대량 주문에 대한 대가로 가격 할인을 요구해 왔다면, 위 업체가 손실을 보지 않고 판매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할인 가격은 얼마여야 하는가?

[해답]  \1,000

즉, 주스 생산에 필요한 딸기 값만 받으면 된다. 왜냐하면 이미 발생한 가공비인 \30,000은 매몰 원가이기 때문이다.

만약, 하루에 총 30잔이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30잔에 해당하는 딸기를 미리 다 구입해놓은 상태이며 구입한 딸기는 사용 기한이 구입 당일이라면 최소한 받아야 할 금액은 \0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구입한 딸기구입원가 또한 매몰 원가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매몰원가는 상황에 따라 달리 계산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경영자가 특정한 대안을 선택하여야 하는 의사결정에 직면할 때 고려대상이 되는 원가와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지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 의사 결정 관련성에 따른 원가분류

1. 원가의 정의

일반적으로 원가란, 특정 재화나 용역을 얻으려고 포기한 경제적인 자원을 화폐 단위로 측정한 것을 말하며 의사 결정과의 관련성에 따라 관련 원가와 비관련 원가로 구분할 수 있다.

(1) 관련 원가(relevant cost)
선택 가능한 대안 간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미래 지출 원가를 말한다.

① 기회 원가(opportunity cost)
현재 사용 중인 재화, 용역 또는 생산설비가 현재의 용도 이외의 다른 대체안 중 최선의 대체안에 사용되었을 때의 가치를 말한다.
② 현금 지출 관련 원가 : 두 대안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현금 지출 비용을 말한다.

(2) 비관련 원가(irrelevant cost)
선택 가능한 대안 간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원가를 말한다.

① 매몰 원가(sunk cost)
과거의 의사 결정으로 발생한 역사적 원가로서 현재 또는 미래의 의사 결정과 관련이 없는 원가를 말한다.
② 현금 지출 비관련 원가 : 두 대안간 차이가 존재하는 않는 현금 지출 비용을 말한다.

2. 사례

(주)조세는 소매상을 통하여 1,000단위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생산 가능 수량은 1,500단위이며 여유 생산 능력을 임대하여 \50,000의 임대료 수익을 얻고 있다. 기타 원가 자료는 다음과 같다.



만약, (주)조세가 대리점을 통하여 판매한다면 1,500단위  전량을 판매할 수 있다. 물론, 전량을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얻고 있었던 \50,000의 임대료 수익은 포기하여야 한다.

 (주)조세는 어떠한 대안을 선택하겠는가?

[해답]



경영자는 소매상을 활용할 경우의 이익이 \50,000이고 대리점을 활용할 경우의 이익이 \25,000이므로 현재 소매상을 활용하는 방안을 유지할 것이다. 즉, 500단위 추가판매시 매출액은 \100,000(=500단위×\200)증가하고 추가적인 비용은 변동비 \75,000(=500단위×\150)이 발생하고 임대료수익 \50,000을 포기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따른 이익감소분은 \(25,000)이 된다.

이러한 의사결정에서 의사결정 관련성에 따라 원가를 분류해 보자면, 관련 원가는 임대료 수익(기회비용)\50,000과 500단위 추가생산에 대한 변동비 \75,000이며 비관련 원가는 기타 경비 \50,000이 된다.

[엄윤의 원가묘수]

기업의 경영자는 계획 및 통제 등의 경영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여러 가지의 의사 결정에 직면하게 되는데, 어떠한 의사 결정이든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의사결정의 유형은 제품의 생산 계획과 같은 일상적인 업무 활동과 관련된 일상적인 의사 결정과, 특별 주문의 수락·거절 의사 결정이나 부품의 자가 제조·외부구입 의사 결정과 같은 특수한 의사 결정 등이 있을 것이다.

기업과 관련된 여러 경제 상황들이 위 사례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을뿐더러 주위에 수많은 경쟁자와 여러 가지의 제약 요소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수집한 후 의사결정과 관련된 수익과 비용을 분석하여 최종 기업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또한 최종 의사결정시에는 화폐금액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양적 정보(quantitative information)뿐만 아니라 화폐금액으로 표현할 수 없는 질적 정보(qualititative information)까지 고려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외부로부터 대량주문을 수락하면서 시장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그 거래자체가 기존시장에서의 시장가격을 인하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거나 기존 고객들이 다른 거래처로 옮겨가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결정시 양적정보뿐만 아니라 질적인 요소까지 충분히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여야 한다.
 
독일 작가 프리드리히 쉴러는 시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는 화살처럼 나아가고 있고 과거는 영원히 멈춰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매몰원가에 불과하다. 과거의 향수는 미래를 향한 여정에 짐이 될 뿐이다.

2009년 새해가 밝았다. 모든 이들이 과거의 짐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매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