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토가입 불가' 발언에 아프간 미군 철수 언급
"美 빠른 협상 성사 위해 푸틴 기쁘게 하려 해" 지적
18일(현지시간) 미-러 대표단 사우디 회담 앞두고 발언
러 군사 계획 경고도…"리투아니아·폴란드 침공 가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미-러 간 협상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과 유사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우크라이나 종전 및 평화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과 유사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최근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 협상의 빠른 성사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기쁘게 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독일 ARD 방송의 '마이쉬베르거 토크쇼'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건 협상 테이블에서 빠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아프가니스탄 2.0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상 조건으로 나토 가입을 내세우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에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서방군을 급히 철수한 것을 지적하며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끝내고 빠르게 철수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부족이 비극을 초래했다"라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계획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탈레반 사이의 평화 협정에 근거한 것이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철수 마감일을 9월 11일로 설정했다. 다만 철수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고 권력을 잡으며 혼란이 야기됐다.
이날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러시아를 기쁘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날 미국이 푸틴에게 매우 기쁜 소식을 전하려 하는 것이 문제"라며 "그들이 푸틴을 기쁘게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안다. 그들이 서로 만나서 빠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협정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이 무엇을 합의하든 그것은 그들의 양국 관계에 관한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 국민과 우리의 삶에 대해 협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미국, 러시아 대표단의 종전 및 평화협상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사우디 회담에 초청받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동맹국 또한 협상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15개의 새로운 군단을 만들고 추가로 15만 명의 병력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의 군사 계획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군이 2022년 벨라루스에서 훈련 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시작한 것처럼, 비슷한 패턴을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들(러시아)은 첫 번째 나토 국가를 침공할 수 있다"며 "리투아니아일 수도 있고, 폴란드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