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이 내 머리보다 낮아"...尹지지자, 서부지법 답사하며 '사전 모의' 포착

'디시인사이드' 정치 게시판서 글 27만4000건 분석

법원 난입 과정 실시간 공유하며 집단행동 선동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수일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사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이 포착됐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이하 국힘갤)와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비대위갤), '미국 정치 갤러리'(미정갤) 등 3곳에는 윤 대통령 체포일인 15일부터 서부지법 사태가 벌어진 19일까지 27만 4000여건의 글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게시판들은 윤 대통령 2030 지지자의 온라인 집결지로 알려진 곳으로 이번 서부지법 사태로 체포된 현행범의 51%가 2030 청년이다.

윤 대통령 체포일인 15일 게시판에는 적극적 실력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튿날인 16일부터는 서부지법에 모여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저지하자는 글이 올라왔고 이날 저녁 지지자 200여명이 서부지법에 집결했다.

16일 오후부터는 담벼락 높이 등 서부지법 구조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글이 잇달아 게시됐다.  비대위갤과 미정갤에는 서부지법 후문 쪽 사진을 공유하며 "서부지법 후문으로도 와줘", "담이 내 머리보다도 낮다"는 사전 답사로 추측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후 "후문으로 가서 담 넘고 경찰 스크럼 깨버릴 것", "사람만 많으면 뒤쪽 담장을 넘어서 유리창 깨서 진입해도 될 거 같은데", "남자는 무조건 담을 넘는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물리력을 행사하자는 구체적 모의가 시작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전날인 17일에는 공수처 차량의 차종과 번호도 공유됐다. 미정갤에는 "차량 번호를 조회해보니 관용차 맞으니 여기 깔고 있을 애들 잘 기억해두라", "타이어에 펑크 내야 된다"는 댓글이 달렸다. 심사 당일인 18일에는 경찰 배치 등 법원 안팎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는 글이 채워졌다. 변호인단 배의철 변호사가 18일 새벽 집회 현장에서 "젊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미래를 열고 있는 곳이 이곳 서부지법 앞"이라고 연설하는 유튜브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놓고 국민 저항권을 사용할 때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담을 넘어서 건물 자체를 막자"는 글을 시작으로 법원 월담을 선동하는 글 수십 건이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오후 5시 41분 비대위갤에 "경찰 인력 없는 곳. 담 넘을 사람은 참고하라"며 사진과 함께 담 위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글이 올라왔다.

19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가 임박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폭력시위를 준비하자", "내전까지 각오할 집단이 필요하다"는 등 폭력을 선동하는 글들이 잇달았다.

오전 3시쯤 영장 발부 소식에 커뮤니티에는 현장 중계 유튜브 주소가 공유되면서 "후문으로 화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글들이 올라왔고 이어 "바리케이드 뚫렸다. 들이받아"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3시 20분쯤 시위대가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자 국힘갤과 비대위갤, 미정갤 등 3곳에는 "혁명이 시작됐다", "경찰 보이면 그냥 싹 다 패버려라" 등의 글들이 총 5000여건 올라왔다. 이후 난동 사태로 체포된 90명 가운데 최소 3명이 커뮤니티에 '인증글'을 남기자 "구경하다 잡힌 거라고 밀고 나가라",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우겨라" 등의 댓글이 달렸고 실제로 경찰 조사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진술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