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에너지 비상사태' 선포…美생산·수출 확대 예고에 유가 1%↓

규제 완화로 발전소 늘리는 등 에너지 생산 확대 전망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파리기후협약 재탈퇴 예상

전략비축유(SPR) 채우고 세계 에너지 수출 확대

알래스카 천연자원 개발 행정명령 발표 계획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확대하고 소비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1%가량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취임사에서 "우리는 다른 어떤 제조 국가도 가질 수 없는 세계 최대의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은 다시 한번 제조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시추하고 또 시추할 것"(We will drill, baby, drill)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산업을 강화하고 바이든 전 행정부의 전기차 산업 육성 노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조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연안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위한 시추를 전면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자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즉각 뒤집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경 규제를 완화해 발전소 건설을 촉진하고, 송전 인프라 허가 절차를 단축하며, 연방 토지를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 용도로 개방할 계획이다.

또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철회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겠다"라고 선언했다.

또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풍력 발전 단지에 대한 임대를 종료하고, 기후 극단주의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또다시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은 에너지 수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비축유(SPR)를 다시 채우고 전 세계에 에너지를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억 8천만 배럴 이상의 SPR을 방출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켰으나, 이로 인해 SPR이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이 중국 등과 인공지능(AI)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AI 산업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국가적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에너지부는 향후 3년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거의 세 배로 증가해 미국 전체 전력 수요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천연자원 개발을 확대하는 행정명령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알래스카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공화당은 알래스카의 풍부한 석유 및 가스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자연 보호를 강조하며 개발을 반대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알래스카에는 석유와 가스, 해산물, 목재, 핵심 광물이 풍부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의 자원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0.8% 떨어져 배럴당 80.15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7% 하락해 76.58달러에 마감했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의 생산량과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다만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생산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면서 바이든 전 행정부 아래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