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막음 사건 '유죄지만 석방' 선고...'중범죄자 대통령 꼬리표'

법원, 유죄 인정하지만 대통령 면책 인정

트럼프, 무죄 주장하면서 유죄 판결에 항소

중범죄자 선고 받고 취임한 美 최초 대통령

미국 법원이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유죄를 선고 했다. 다만 대통령직 수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실제 처벌은 내리지 않았다.

뉴욕주 1심 법원인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성인영화 배우와의 성관계 의혹 폭로를 막으려고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관련 회계 장부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당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무조건 석방'을 선고했다.

앞서 해당 사건 배심원단 12명은 지난해 5월 30일 트럼프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34개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평결했다. '법대로' 선고할 경우 최대 징역 4년이나 가택 연금형에 처할 수 있었지만 고령이고 전과가 없어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은 낮았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머천 판사는 선고문을 통해 "미국 헌법이 대통령을 형사 기소로부터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위 공직(대통령)에 부여된 특별한 법적 보호는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없애는 것도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직에 부여된 법적 보호가 특별한 것이지, 그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재판부는 미국 대통령을 처벌받은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민 통합을 위해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죄를 주장하면서 유죄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반발했다. 이날 재판에 비대면 화상을 통해 출석한 트럼프 당선인은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이 재판은 정치적 마녀사냥이었고 선거에서 패배하게 만들려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서도 "판사가 지어낸 가짜 혐의에 대해 나는 무죄"라며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사법 시스템의 무기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역사상 중범죄자로 유죄 판결을 받고 취임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