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2조 지자체 민간위탁 사업비 정산검증, 세무사도 수행한다

회계감사 원상회복하는 조례개정안 의결에 세무사 반발

한국세무사회 "국민의 혈세낭비 없도록 제대로 지킬 것"

서울시 최종 확정으로 전국 지자체 조례개정도 잇따를 전망

'민간위탁사업비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에서 부결되면서 내년부터 서울시에서는 세무사도 민간위탁사업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21일 한국세무사회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전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하고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세무사들은 내년부터 총 7000억 원에 달하는 2024회계연도분 민간위탁 사업비에 대한 결산서 검사 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의회는 그간 민간위탁 사업의 '사업비 결산서 검사' 업무에 공인회계사만 하도록 명시해왔다. 하지만 지난 2021년 12월 당시 10대 서울시의회가 "수탁기관의 불편과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는 근거를 들어 세무사도 수행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대법원도 지난 10월 '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회계감사가 아니며 세무사도 업무수행을 할 수 있어 공인회계사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11대 서울시의회가 지난 17일 회계감사로 원상회복하는 내용의 조례개정안을 의결하자 세무사들이 '과거로 회귀하는 개악'이라며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시의원을 찾아 회계감사를 제대로 하려면 재무제표 작성과 기장이 필요해 추가비용과 업무과중으로 다수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승소판결까지 받은 개정조례를 한번도 시행하지 않고 다시 바꾸는 것에 부담을 느낀 서울시의원도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이날 조례개정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을 접한 구재이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의회의 현명한 판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구 회장은 "세무사는 내야할 세금을 잘 내고 어디에 세금이 쓰여야 하는지, 낭비는 없는지 가장 잘 아고 찾아내는 세금전문가로 앞으로 국민의 혈세인 22조원의 전국 민간위탁 사업비를 단 한푼의 세금낭비도 없도록 제대로 지킬 것"이라며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업무에 대한 세무사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20일을 기점으로 1만7000명의 세무사와 한국세무사회는 지자체의 민간위탁 사업비 정산검증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방 보조금, 공익법인 출연금, 아파트 공동주택과 주상복합, 지식산업센터 등 집합건물 등 수많은 공적 영역에서 세금과 준조세 등 세출과 관리비 등 공공자금의 지출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전문가로 국민과 공동체를 지키는 사회적 역할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시의 민간위탁 조례가 최종 확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조례개정도 잇따를 전망이다. 내년 2월 민간위탁 조례를 개정하기로 결정한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조례개정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