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韓민주주의 세계서 가장 강력한 사례…조만간 소통할 것"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일(한국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수일 내로 한국 측과 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회의 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계엄령 선포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이 사건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령 해제 요구권을 받아들여 계엄령을 철회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라며 "한국 민주주의 역시 가장 강력한 사례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모든 논쟁과 갈등, 정치적 견해 차이가 평화롭게 법의 지배에 따라 해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계엄령 철회를 환영한다는 말은 곧 계엄령 선포의 정당성이 없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에서 내린 정치적 결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든든한 동맹국으로서 세계에 전할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다"며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한국의 놀라운 민주주의의 출현이 지속되길 바란다. 그것이 미국의 이익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 전하는 내용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동맹국들이 내부적 불화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령 선포가 철회되고 일련의 정치적 과정이 법치주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측과 통화를 했냐는 질문에는 "통화할 기회가 없었지만 공동으로 진행하는 업무가 많아 조만간 통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한국의 계엄령 선포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이를 정보의 격차로 해석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 세계 각국에서 파트너들이 내리는 의사 결정에 개입할 수 없고 일일이 통보받지도 않는다"며 "앞서 말했듯이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과정이 헌법과 법치주의에 따라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가 4일 오전 1시1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하고 가결하자 같은날 오전 4시30분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