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푸틴에 "함께하면 美제재 무력화할 수 있어"

'전략자 동반자' 관계 체결 앞둬…우크라전 이후 관계 강화

푸틴 "양국, 세계적 의제에 대한 접근 방식 일치해"

이란, 이스라엘과 긴장 고조 가운데 러 무기·기술 이전 기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브릭스(BRIC)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리가 함께하면 미국이 부과한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에서 열리는 BRICS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동해 양국 간의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란과 러시아의 관계는 전략적이며 두 나라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믿는다"며 "BRICS 프레임워크와 유라시아 경제 연합, 상하이 협력 기구를 건설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적절한 플랫폼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에게 "러시아와 이란의 세계적 의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매우 가깝거나 일치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는 공정한 다극적 세계 질서를 형성하고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유엔의 중심적 역할을 보존하려는 열망으로 단결돼 있다"라고 말했다.

양국은 곧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2021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양국 간 포괄적 협력 협정을 제안했다. 이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긴밀해지면서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은 해당 협정의 초안을 승인했다.

양국의 협정 체결은 정치적·경제적 협력 뿐 아니라 군사 안보 협력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란과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과 같은 지역 분쟁에서 상호 지원하는 등 군사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특히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러시아의 첨단 무기 시스템과 군사 기술 이전은 이란의 군사적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드론 등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은 이에 따른 대(對)이란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번 주 BRICS 정상회의를 통해 20개국 이상의 국가원수를 만날 예정이다. BBC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통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았음을 알리고 동맹국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짚었다.

BRICS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국가 국제협력체로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다섯 개 국가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에티오피아는 올해부터 정식 회원국이 됐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끄는 이 협력체는 현재 전 세계 GDP의 약 28%, 인구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