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버버리 등 '유럽 명품' 시총 321조원 증발…"中부유층, 안 돌아와"

"경기침체로 中부유층, 고가상품 수요 돌아오지 않을 수도"

英버버리 주가 1년간 70%↓…LVMH 올해만 17%↓

"홍콩 고급 쇼핑몰 텅 비어…상하이 티파니 매장 축소"

중국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최근 몇 달간 버버리, LVMH 등 유럽 명품기업들의 시가 총액이 2400억달러(약 321조 6천억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때 미국 빅테크 '매그니피센트 7'에 대응하는 유럽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고급 의류, 핸드백, 보석을 판매하는 명품 기업들의 주가가 소비 감소로 인해 침체를 겪고 있다"며 "중국의 부유층이 경기 침체로 인해 더 이상 고가 상품에 대한 수요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징후"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럭셔리 주식 지수는 지난 3월 고점 대비 2400억달러의 손실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대표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 1년간 주가 70% 하락을 보였으며 런던 FTSE100 지수에서도 퇴출당했다.

구찌의 모기업 케어링과 휴고 보스는 지난 1년간 거의 절반가량의 주가 하락을 보였다. 한때 프랑스 CAC40 지수의 상위 10개 종목 중 하나였던 케어링은 현재 23위까지 미끄러졌다.

유럽 최대 시총 기업이었던 LVMH 또한 올해 17%의 주가 하락을 기록하며 2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추세는 기업 실적 보고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케어링, 버버리, 휴고 보스는 '수익 저하 경고'를 발령했으며, LVMH는 핵심 사업인 가죽 제품 부문에서 1%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1%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럭셔리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플라비오 세레다 GAM 펀드 매니저는 "소비자들이 팬데믹 직후 쇼핑과 여행에 대거 지출했던 과도한 성장 이후 올해 변동성이 크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세레다는 매출이 내년 최소 한 자릿수 성장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향후 이 같은 더딘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UBS의 주잔나 푸스 분석가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럭셔리 부문 매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산업이 몇 년간의 가격 인상 붐 이후 자체적인 주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기 침체의 여파를 보여주는 추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VMH는 중국 상하이의 티파니 매장의 크기를 절반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한때 중국 부유층을 끌어들였던 홍콩의 고급 쇼핑몰은 텅 비어 있으며 스위스의 시계 제조업체들은 수출 감소에 따라 국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에두아르 오빈 분석가는 LVMH와 리치몬트가 중국 경기 침체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이들 기업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