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보기관 발표…"수개월간 계획된 특수작전"
러 군인, 수류탄 던지고 탈출…"푸틴 위해 죽고 싶지 않았다"
WSJ "러군 탈영병·전투 명령 거부자 5.5% 이상"
러 쿠르스크 병력 배치 딜레마…"징집병 전선에 내몰아" 비판도
◆…우크라이나 정보기관(HUR)과 자대 폭파 후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 군인이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사진 우크라정보기관 'X'>
러시아가 탈영병, 전투 명령 거부자 등으로 병력난에 직면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이 자군 기지를 폭파한 후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 병사를 공개했다.
21일(현지시간)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HUR)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개월간 계획된 특수작전을 통해 러시아 군인이 최근 자신의 부대를 폭파한 후 탈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인은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지하실에는 약 15명이 있었다. 지휘관이 잠을 자던 침대 위 파이프가 이었으며 파이프에 수류탄 한두 개를 던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군인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망명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 "러시아의 전쟁과 러시아 지도부의 민간인과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처형, 폭행, 강탈 등에 환멸을 느꼈다"며 "조국을 지키겠다고 맹세했으나 푸틴을 위해서 죽고 싶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HUR 대변인은 향후 이 군인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러시아 자유 군단(LSR)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키이우 포스트는 HUR이 러시아군 구성원을 이탈시키거나 방해하도록 유도한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에도 러시아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가 Mi-8 수송 헬기를 몰고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병력 손실을 메꾸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1일 자 보도로 러시아 정규군 40만명과 징집병 90만명 중 5.5% 이상이 탈영하거나 전투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러시아 인권 단체 등을 인용, 현재 군을 이탈하거나 전투 명령에 거부하고 있는 병력이 5만명에 달하며 가족에 대한 협박과 변호사를 통한 협상 등으로 복귀하는 병사를 고려하면 실제 숫자는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자지라는 러시아가 지난 6일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를 공격 이후 병력을 재배치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병력을 이동시켰으나 적군의 공세를 막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지역 방어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의 병력을 더 많이 철수시킬지, 새로운 징집병을 투입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징집병을 적대 행위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최근 쿠르스크 공세에서 우크라이나가 점령지를 늘려가자 러시아 측은 징집병을 총격전에 내몰았으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수백 명을 포로로 잡았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조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독립 매체 오크노는 "징집병인 자신이 아들이 쿠르스크 지역에 나간 것을 알게 된 부모들은 그들을 복귀시키라는 청원서를 냈으며 3일 만에 3천명이 이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6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기습 공격을 시작했으며 21일(현지시간) 지역 내 93개 마을과 1,263㎢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