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3연속 동결'…전문가 "피벗의 시대"

전문가 "물가 고려시 금리 제약적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 없어졌다 판단한 듯"

"세계 각국, 기준금리 정점에서 점차 내려오기 시작하는 통화정책 기조로 변화"

"경기부양 위해 금리 정상화로 나아가…한은, 10월 또는 11월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충분히 다다랐다고 판단해 경기회복세를 지원하고 부동산PF 등 금융안정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 '피벗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 4, 5, 7, 8, 10, 11월과 올해 1월, 2월, 4월, 5월, 7월 기준금리 동결에 이어 13연속 동결 결정이다.

대내적으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를 기록하며 넉 달 연속 2%대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근원물가가 2%대 초반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지속했다. 한국의 6월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의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3000만달러 흑자로 2021년 하반기 이후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

다만 2024년 2분기말 가계 빚은 전분기말 대비 13조8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주택담보대출도 16조원 증가한 1092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로 나타났다. 7월중 은행 가계대출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5조5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지속했다. 기업대출은 7조8000억원 늘어 전월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약화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21일(현재시각)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 다수의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 악화 우려에 동의하며 9월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위원은 7월 금리인하도 고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유로존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주요국들이 금리인하에 나서며 나라별 통화정책 차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경상수지 개선흐름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다소 부진한 국내소비 활성화를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6월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의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3000만달러 흑자로 2021년 하반기 이후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

한은은 지난 7일 '2024년 6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6월 경상수지는 122억 6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1~2위를 기록한 2016년 6월의 124억1000만달러와 2017년 9월 123억4000만달러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금융안정'을 고려한 결정으로도 해석된다. 올해 2분기말 가계 빚은 전분기말 대비 13조8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전분기말와 비교해 13조5000억원 증가 전환했다. 작년 4분기 1767조30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담대도 16조원 증가한 1092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게다가 7월중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5조5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지속했다. 기업대출은 7조8000억원 늘어 전월과 비교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7월 가계대출은 전월에 이어 5조원대 증가세를 지속했다. 5월 이후 서울 아파트 중심으로 주택매매거래가 늘어난 것이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실행으로 이어진 데 주로 기인한다"며 "가계대출이 명목 GDP 성장률 이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최근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물가'가 목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를 기록하며 전월 2.4%보다는 소폭 올랐지만 넉 달 연속 2%대를 지속했다.

한은은 지난 2일 개최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가 전월(2.2%) 수준에서 유지되었으나 석유류 등 비근원물가가 높아지면서 전월보다 소폭 올랐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가 하향 안정된 가운데 8월부터 지난해 유가·농산물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도 크게 작용하면서 다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중동정세 악화, 기상여건, 환율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는 만큼 8월 경제전망 시 향후 물가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여 분기 전망경로를 제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금통위원들은 근원물가가 2% 초반에 진입했기 때문에 물가를 고려했을 때 금리를 제약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은의 관심은 물가에서 경기나 고용으로 바뀌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에 한은도 연내 1회, 10월 또는 11월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세계 각 나라는 기준금리 정점에서 점차 한 두 단계 내려오기 시작하는 통화정책 기조로 변경을 할 것"이라며 "2024년 하반기는 피봇의 시대"라고 밝혔다.

그는 "유로존은 금리인하를 시작했고 캐나다는 2번 기준금리 인하, 영국과 스위스 등 기축통화국들도 모두 금리인하를 했다"며 "각 국이 생각했던 물가상황에 거의 준하게 도달했고 높은 금리의 시대가 아닌 중립금리를 목표로 하는 금리를 향해 내려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물가안정이라는 문제를 해결한 중앙은행들은 다음 숙제인 경기부양을 위해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금리 정상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며 "한은 역시 이러한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