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캡슐 거부당한 첫 번째 환자, 스위스서 실종 뒤 다른 기관서 사망

첫 번째 환자, 캡슐 부적합 판정 받은 후 실종

스위스 주재 미국 대사관 지난 29일 사망 확인

논란이 되고 있는 안락사 캡슐 '사르코'의 첫 번째 환자가 부적합 판정을 받고 실종된 후 다른 기관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당초 지난 17일 사르코의 첫 번째 사용자로 예정되었던 미국인 A씨(55세)는 캡슐 사용을 거부당한 후 7월 중순에 실종되었다가 다른 조력 임종기관에서 사망했다고 A씨의 친구들이 전했다.

미국 조지아주 콜럼버스 출신의 전직 보험회사 직원인 A씨는 2017년부터 심각한 건강 문제로 고통받기 시작했다.

A씨는 '평안한 죽음'을 맞이 하기 위해 캡슐 사용자 1호로 스위스에 도착했지만 안락사에 부적합 판정을 받고 연락이 끊겼다. 사르코를 제작한 필립 니츠쉬케 박사는 "지난 몇 주 동안 A씨의 상태를 관찰한 결과 심각한 정신적 혼란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여 조력 자살이 아니라 정신 건강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결론내렸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그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부적합 판정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와 가장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살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알렸다. 친구들은 A씨에게 연락을 시도하면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스위스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지난 29일 A씨의 사망을 확인했다. A씨는 스위스의 또 다른 조력 임종기관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사르코(sarco)는 사용자가 내부에서 버튼을 눌러 '10분' 만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캡슐 내 산소를 질소로 바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다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버튼을 누르면 30초 이내에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급감해 약 5분 동안 무의식 상태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 사르코 측의 설명이다.

니츠쉬케 박사는 "캡슐 안에서의 죽음은 저산소증과 저탄산증, 즉 산소와 이산화탄소 결핍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공포나 질식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르코 캡슐을 이용해 조력 자살을 원하는 사람은 먼저 정신 의학적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한편 스위스 내부에서도 해당 캡슐의 사용을 두고 윤리적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프로라이프는 사르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미화시키는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생명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을 도울 수 있는 윤리적 방법이 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