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위대 강제 해산 과정에서 39명 사망
높은 실업률 등 경제 상황도 시위 격화 요인
◆…방글라데시 다카지역에서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로이터통신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39명이 사망하고 700여 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중엔 경찰(104명)과 기자(30명)도 포함됐다.
시위대는 전날 수도 다카에서 경찰들을 쫓아 방글라데시 텔레비전(BTV) 본사 건물에 방화를 저지르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경찰 당국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들이 경찰서 및 정부 시설에 불을 지르는 활동을 일삼고 있어 법을 최대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시위가 격화되자 이날 TV뉴스 채널을 비롯해 모바일·인터넷 통신 서비스를 차단시켰으며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는 대부분 연결되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한 전화 통화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신문사의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인터넷 모니터링사이트 '넷블록스'는 X에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며 "이는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서비스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일부 분석가들은 방글라데시의 높은 실업률, 외환보유고 고갈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이 시위에 불을 붙였다고 진단했다. 방글라데시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인구 1억 7000만 명 중 3000만명 이상이 일자리가 없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단체들은 학생들의 시위가 장기 집권 중인 하시나 총리를 향한 분노라고 지적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학생은 CNN에 "독립전쟁 참가자들이 국가를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 할당제가 타당했다"면서도 "하지만 그 후 적어도 두 세대가 지났다. 오히려 할당제가 차별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시위는 독단적인 정부에 대항하는 민중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4선 연임에 성공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이번 시위로 가장 큰 정치적 도전에 직면했다고 CNN은 전했다. 하시나 총리는 전날 TV 연설에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기를 요청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대법원에서 정의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다음 달 7일 공무원 할당제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