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6조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금융·세제·재정·인프라 지원방안 포함
국가전략기술과 일반 R&D 동시 연구인력, 실제 연구시간 안분해 공제율 적용
17조원의 산업은행 저리대출 프로그램 마련
◆…26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던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R&D·투자세액공제가 2027년 말까지 3년 연장된다. 국가전략기술에 첨단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 등이 추가되고 적용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미국·일본·EU 등 주요국이 반도체 패권을 자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경쟁적으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 지원방안을 쏟아내자, 우리나라도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각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지난달 23일, 정부는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26조원 규모의 금융·세제·재정·인프라 지원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원방향을 구체화한 것으로,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뒀다.
우선, 정부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던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적용기한이 2027년까지로 3년 연장힐 방침이다. 현재 국가전략기술 R&D에 대해서는 중견·대기업 30~40%, 중소기업 40~50%의 공제율을,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해서는 중견·대기업 15%, 중소기업 2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에 첨단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관련된 기술 등을 추가해 적용대상기술도 확대한다. 이에 연말까지 업계와 부처에서 건의한 기술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 평가회를 거쳐 추가할 기술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SW 대여·구입비, 연구·시험용 시설의 임차료와 이용료, 직무발명보상금, 기술정보비 등도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 적용범위에 추가한다. 단, R&D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에 한해 적용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전략기술과 일반 R&D를 동시에 연구하는 인력에 대해 세액공제율이 크게 낮은 일반 R&D 공제율을 적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R&D 투자 여력이 높은 대기업의 경우,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율은 30~40%인 반면, 일반 R&D 세액공제율은 최대 2%에 불과하다는 것. 이에 정부는 동시 연구인력은 실제 연구시간으로 안분해 국가전략기술 R&D 공제율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R&D용 기계장치는 감가상각 기간을 시험·측정기기 등 수준으로 단축한다.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어 법인세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6조원에 이르는 총사업비 중 18조1000억원은 내달부터 즉시 가동될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최대 2조원의 정부출자를 통해 산업은행 대출공급 여력을 확충, 17조원 규모의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반 산업은행 대출과 비교해 대기업은 0.8~1.0%p, 중소·중견기업은 1.2~1.5%p 낮은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정부는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도 2027년까지 최대 8000억원을 조성, 2025년까지 3000억원을 조성하는 현재 반도체 생태계 펀드와 합해 총 1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현재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내달부터 소재·부품·장비·팹리스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재정지원 방안으로는 R&D·사업화·인력양성 등 분야에 3년간 약 5조원을 집중 투자한다. 첨단반도체 양산연계형 미니팹 구축사업 등 대규모 R&D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AI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해 AI반도체 등 첨단반도체의 실증·상용화 기반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18개 반도체 특성화 대학, 6개 대학원 및 3개의 AI반도체 대학원 등 확대를 통해 전문인력을 집중 양성한다.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에도 힘쓸 예정이다. 먼저, 국도 45호선 이설·확장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국비지원을 추진한다. 용인 국가·일반산단으로 용수를 공급하는 통합 복선관로 구축사업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고, 관로구축 비용 일부는 수자원공사가 분담한다는 방침이다. 전력의 경우, 1단계로 산단 내 LNG 발전소를 건설해 3GW 전력을 공급하고, 2단계로 장거리 송전선로를 구축한다. 장거리 송전선로 구축에 대한 세부적 계획은 오는 8월말까지 수립하고, 공공이 민간과 함께 비용을 분담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하루 전 야당이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정부는 이러한 정책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며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 도입이 중요하므로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전인 지난 25일, 세액공제 기한을 2034년까지 연장하고 공제 비율을 지금보다 10%p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반도체특별법을 각각 발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