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거부로 인질 협상 무산되자 시위에 수천명 동참
인질석방 지연, 안보 실패, 전쟁 장기화 비판 여론 커져
美정보당국 “네타냐후, 지도자로서 생존 위태로운 처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무산된 가운데 이스라엘 곳곳에서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의 즉각 사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사진 로이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석방과 관련된 휴전 협상이 이스라엘 측의 거부로 무산되자 주말 동안 이스라엘 곳곳에서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의 즉각 사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주말, 수천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송환을 위한 협상, 조기 선거, 네타냐후 총리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에 동참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하마스의 수용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해당 조건을 거부하며 무산되고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 작전을 시작한 가운데 발발됐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1,200명이 사망하고 약 250명이 납치된 후 7개월째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 내에서는 인질 석방 지연과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안보 실패 그리고 전쟁 장기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날 북부 도시 하이파에서는 시위자들이 "모든 이스라엘 부모는 자기 자녀의 생명을 실망스러운 네타냐후 손에 맡겼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텔아비브의 대규모 시위에 참석한 나아마 와인버그는 "사촌 이타이 스비르스키가 억류 중 살해당했다"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도 이제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현재까지 억류돼 있는 인질 중 30~50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의 베레드 비니츠키-세루시 교수는 "네타냐후와 그의 팬들이 인질 문제를 논쟁거리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참을 수 없다"며 "10월 7일에 국가와 군대는 어디에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아들을 잃은 루비 첸은 "그날 (네타냐후의) 엄청난 오판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잘못된 판단을 한 총리부터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소수의 고위 군 정보 당국자들이 사임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이 끝난 후 이에 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작전을 강행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지 매체 마리브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의 목숨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 국가정보국(NDI)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팔레스타인과 안보문제에 관해 강경 정책을 밀고 있는 극우, 초정통파 정당들과의 연립정부뿐 아니라 네타냐후 총리의 지도자로서의 생존 능력도 위태로운 처지"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네타냐후 총리의 통치 능력에 대한 대중 불신은 전쟁 전부터 높은 수준이었으며 전쟁 이후 더 심화하고 확산했다"며 "향후 이스라엘 내 총리 퇴진과 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