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판결 극히 유감"…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초치

일본 정부는 23일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승소한 것에 대해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한국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NHK방송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오카노 마사타카(岡野 正敬)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판결 소식이 전해진 뒤 윤 대사를 초치해 "판결은 극히 유감"이라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오카노 사무차관은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면서 "일본 정부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국 정부가 강구하도록 요구했다.

앞서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은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NHK는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국제법상 국가면제 원칙이 적용돼야 하고, 위안부 관련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해결됐다는 입장"이라며 "오는 26일 부산에서 예정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한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NHK는 이어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는 등 역내 안보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관계 개선에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는 한일 관계에 이번 위안부 문제가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며 "향후 한국 정부의 대응과 여론을 신중하게 확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교도 통신은 "이번 판결은 한일 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는 1910~1945년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를 포함한 일련의 역사 문제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으며,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 등에 따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이유로 '각하' 판단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국제관습법상 피고 일본 정부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며 "당시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돼 합당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간 일본 정부는 앞서 진행된 다른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국가면제 원칙을 내세우며 같은 입장을 주장해 왔다.

2021년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1차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의 재판부가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항소도 하지 않은 채 배상 판결이 확정되자 한국 정부 주도의 시정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하고 남관표 당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