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연합 위원장 사칭한 러 유튜버, 통화 녹음본 공개
"전쟁으로 인한 피로 극에 달아…탈출구 필요하다 인지"
젤렌스키 "무서운 것은 세계가 우크라 전쟁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로이터>
1일(현지시간) 폴리티코는 이날 러시아 유튜버 '보반과 렉서스(본명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가 지난 9월 멜로니 총리와 통화한 녹음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신을 5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연합 집행위원장이라고 사칭했다.
공개된 13분간의 녹음본에는 멜로니 총리가 전쟁으로 인한 "피로(fatigue)"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쳤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많은 피로감이 보인다. 나는 모든 관점에서 사실을 말해야 한다"며 "우리는 모두가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에 가까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양측(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탈리아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녹음본을 인정하며 "멜로니 총리가 사기꾼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통화는 지난 9월 18일 유엔총회에서 열린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며 이번 유출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세계 일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온다"며 "조금 지치기 시작하면 '이 재방송은 10번은 못 본다'고 말하는 쇼처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멜로니 총리는 이날 유출된 녹음본에서 이탈리아가 올해 12만 명의 아프리카 이민자를 받아들인 반면 나머지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이에 대한 충분한 조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은 이탈리아만이 이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데 모두 동의한다"며 "이는 아주 어리석은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유투버 보반과 렉서스가 장난 전화로 낚은 정치인은 멜로니 총리만이 아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 이어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들의 장난에 속아 넘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