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여수신 금리 상승폭 미국보다 높았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4일 은행 여수신 금리 상승폭이 커져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은 고정금리부 장기분할 상품이 미비했다.

이 부원장은 이날 은행부문(지주포함) 주요 감독·검사 현안에 대한 기자설명회 질의응답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대출·수신금리의 기준금리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국내 기준금리 인상폭 대비 은행 여수신 금리 상승폭(대출·예수금 베타)이 미국 주요은행과 과거 금리 상승기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출·예수금 베타는 대출·예수금 금리 변동을 기준금리 변동으로 나눈 값이다.

이준수 부원장은 "상대적으로 변동금리부 대출비중이 높아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 부담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약 67%로 미국(15%)보 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부원장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이 상승세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은 규제를 강화하고 목표비율을 관리하는데 전세대출, 신용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베타값이 높게 나왔다"며 "전세대출, 신용대출의 경우 기간이 짧아 고정금리부로 장기분할하는 대출 상품이 부족했다"고 부연했다.

중도금 대출의 금리인하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준환 은행감독국장은 "중도금대출 취급 금융기관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다보니 다른 가계대출에 비해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특성이 있어 금리인하를 체감하는 게 좀 늦다"고 설명했다.

예금금리의 경우 일시적 자금시장 경색으로 시장금리 상승폭이 확대됐으며 수신유치 경쟁이 발생된 상황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의 가산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산금리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은행의 기본적인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계속 고쳐나가고 있다"면서도 "가산금리 산정체계가 복잡하고 항목이 많아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미흡한 부분을 지속 고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은 이상 외화송금과 관련해 13개 금융기관의 위법사항을 적발하고 엄중 조치를 예고했다. 제재에 앞서 외국환거래법의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 부원장은 "9개 금융사에 대해 검사결과 조치예정내용을 사전통지했다. 나머지는 사전통지 없이 감독원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 수준"이라며 "최대 업무정지를 내릴 수 있음을 사전통지에 포함했지만 확정된 게 아니라 범위만 알려드렸다"고 설명했다.

제재수위에 대해서는 "제재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CEO가 포함되는지를 특정해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본점이든 은행이든 고위 임원이든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며 "관련 법규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겠다 판단된다면 최대한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당국과 이사회와의 소통 정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부원장은 "이사회 의장 간담회의 경우 시중은행, 지방은행, 금융지주 등 가급적이면 그룹핑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금감원장이나 수석부원장 등이 참석할 계획이나 아직 확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은행/지주의 이사회 멤버 전체를 만날 경우 상황에 따라 국장이나 부원장보가 참석할 것"이라며 "당국의 메시지와 방향성을 명확히 전하면서도 예의를 갖추는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우수사례 확산을 유도하는 게 실효성이 있냐는 물음과 관련해 "강제성을 좀더 두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2019년에 만든 이사회 지배구조 핸드북을 은행에서 잘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해외사례를 보면 금융당국이 상시감시를 실시할 때 검사매뉴얼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는 경우도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매뉴얼과 업계 모범규준, 금감원 모범규준 등 다양한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결과적으로는 금융위와 최종적으로 지배구조법이 어떻게 개정될지 봐가면서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