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이어… 버스, 지하철 등 공공요금과 빵, 음료, 과자, 술값까지 줄줄이 인상 예고
◆…서울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택시 기본요금도 2월 1일부터 1천원 인상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하철·버스 요금을 300~400원 인상하기 위해 공청회,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택시를 타는 승객들. [사진=연합뉴스]
요금 인상에 따라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택시기사들의 반응도 걱정이 많다는 현장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전국민주택시노조 김성한 사무처장은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어제 하루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며 "요즘 물가나 난방비 등 다른 물가가 부담이 돼서 택시 이용을 기피하는 현상들이 작년부터 시작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작년에 호출료 인상, 12월 1일부터 심야할증 시간 연장과 할증료 2배 인상에다가 기본요금이 1천 원으로 대폭 인상되다보니 전례 없이 대폭 인상이 된 것"이라며 "예전에도 요금이 인상되면 일시적으로 승객이 감소하는 현상이 항상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언제 어떻게 회복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나타냈다.
그는 덧붙여서 "보통 2~3개월 정도면 요금 인상에 대해 수요가 회복이 돼서 조정이 됐는데, 이번의 경우 요금 인상 폭이 전례 없이 높은 점, 최근 가스비, 전기요금 등 물가에 대한 부담이 이중고, 삼중고가 되다 보니 추이를 지켜봐야 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택시요금 인상 여파가 경기도나 인천 등 다른 수도권 지역에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 구리지역 택시 기사 A씨는 "서울에서 요금이 올랐는데, 홍보가 덜 돼서 그런지 경기도 지역 사람들도 택시 요금이 인상된 줄 알고 많이들 안 탄다"며 승객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특히 수도권 지역의 아침 출근 시간에 승객의 60~70%가 서울 가시는 분들인데, 서울차가 요금이 비싸지다 보니 서울차를 기피하고, 지역차를 타고 서울로 들어가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경기 지역 택시를 타고 서울로 들어가다 보니 시 경계외 구간요금 20% 가지고는 서울 들락거리는데 올 때는 빈차로 돌아오니 수지타산이 오히려 안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지역 택시의 경우 서울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서울 택시는 연말에 심야할증이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2시간 앞당겨졌는데, 경기 지역 택시는 지금도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이고, 서울은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시내할증 요금이 40%인 점도 차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성한 사무처장은 "서울과 인천, 경기는 사업구역이 다른데, 생활권은 같다"며 "그래서 요금체계가 같아야 되는데, 요즘은 지자체별로 요금을 조정하다보니 요금 조정 시기가 달라서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3월 달에 조정할 예정이라며 요금이 동일해지면 다소 해소될 문제라고 짚었다.
심야택시 대란 문제에 대해서 김 사무처장은 "원래 택시 대란은 인력 대란"이라며 "법인택시 기사들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국토부나 서울시에서는 이것을 법인택시의 공급대수를 늘리는 기사들을 충원하는 방식이 아닌, 요금을 올려 수요를 떨어뜨리고, 개인택시 규제를 풀어서 공급대수를 증가하는 방식을 취하다보니 배차 성공률은 36%에서 62%까지 한 25% 정도 증가했지만, 문제는 법인택시의 경우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법인 택시의 경우 수요가 떨어지다보니까 수입 증가 효과가 적은 문제도 있는데, 택시 대수가 늘어나서 전국적으로 갈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인 택시의 기사 수가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2만 365명으로, 작년 6월 30일 기준 2만 868명에 비해 한 500명 정도가 줄어들었다"며 "법인 택시의 경우 오히려 침체 상태로 몰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택시요금이 오르면 사납금도 조정되느냐는 질문에 김 사무처장은 "서울시에서는 6개월 정도 사납금 인상, 성과급 산정 기준금 인상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기는 했다"면서도 "그 얘기를 뒤집어보면 6개월 이후에는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6개월 정도면 회복 조정기에 들어서는데 그때 가서는 또 기준금 인상해서 요금인상분이 처우개선으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6개월 이후에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택시기사들 입장에서는 이중고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게 김 사무처장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보완책이 무엇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사무처장은 "요금인상 분을 어떻게 법인택시의 실질임금을 인상하는 쪽으로 반영할 것인지 등의 정책을 병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요금을 올려놓고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알아서 해라고 하는데, 결국 사측 입장에서 요금 인상 이익을 다 가져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요금을 책정해서 택시 기사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안, 기준금 같은 경우도 소정 근로시간으로 채울 수 있는 기준금이 돼야 성과급이 발생하는데, 기준금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연장근로를 해야만 성과급이 발생하는 문제 등을 정부에서 바로잡아줘야 된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 수익금 공동관리제 등을 시범사업을 도입해서 조례도 만들어서 정부에서 실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최저임금이나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지원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 주 6~7회 택시 이용하는 서울 30대 직장인…월 교통 비용만 10만원 증가
한편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B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 6~7회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인데, 월 교통요금만 10만원 정도가 더 들어가게 생겼다"며 택시요금 인상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또 서울의 버스, 지하철 요금도 조만간 300원에서 400원 정도 인상이 예고돼 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금 현지 신용카드 기준 시내버스는 기본요금이 1200원, 지하철은 1250원인데 서울시가 400원을 인상하면 인상률이 지하철은 32%, 버스는 33%"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그러면서 "최근 5년간 지하철 적자폭은 연평균 9200억 원, 코로나 이후는 1조 원 넘어섰고, 버스의 경우 연평균 5400억 원 규모의 적자폭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지하철의 경우 30% 이상이 무임승차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빵, 아이스크림, 과자, 사탕, 콜라, 생수, 햄버거, 시리얼, 소시지까지 올랐는데, 가장 많이 오른 아이스크림의 경우 메론맛 아이스크림이 지난해 2월에는 800원이었는데 지금 1200원"이라고 전했다.
이어 "목캔디 사탕도 한 20%. 그리고 오늘부터 프랜차이즈 제과 1위 업체인 파리바케트가 95개 종류의 빵 가격을 평균 6.6% 올린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1월 소비가 물가가 5.2%로,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 5%에 비해 0.2%P 올랐다"며 "가장 큰 요인이 전기, 가스요금으로 거의 30% 넘게 올랐던 전기, 가스요금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다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연초 방송사 인터뷰에서 1분기 지나면 4%대 물가 보게 될 것이고, 하반기에는 3%대 물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벌써부터 공공요금 인상의 후폭풍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공공요금의 경우 분산해서 인상할 수 있겠지만, 가공식품 등 시장 물가는 전혀 정부의 동결 유도가 먹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공공 요금 인상 시기를 분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속도조절, 분산이라도 해야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