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어디까지 오르나...주주환원 기대감에 ‘훈풍’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출 수요 증가 전망
 
행동주의펀드 캠페인에 배당성향 확대 기대감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 주가는 3만4300원에서 4만900원으로 올 들어 19.24% 상승했다. KB금융(21.43%), 하나금융지주(21.08%), 카카오뱅크(17.39%), JB금융지주(14.10%), 우리금융지주(12.89%), DGB금융지주(9.33%), BNK금융지주(9.21%), 기업은행(7.29%) 등도 일제히 올랐다.

이들 종목을 담은 KRX은행지수도 올 들어 17.81% 급등하며 코스피지수 상승 폭(5.65%)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1% 오른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상승세다.

은행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달 2일부터 전날까지 수익률 기준 TIGER 은행(15.09%), KODEX 은행(15.02%)이 국내 주식 ETF 상품 가운데 2, 3위에 올랐다. KBSTAR 200금융(12.60%), TIGER 200금융(12.13%) 역시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은행주 급등의 배경으로는 배당락일 이후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던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외국인 수급 개선, 주주환원 정책 확대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폐지·유예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신용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7대 금융지주에 주주환원정책 도입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며 배당성향 확대 기대감도 커졌다. 얼라인은 다음달 9일까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본배치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하고 공정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신한지주의 주주환원정책 내용을 담은 경영포럼 보도가 나왔다. 신한지주는 최근 경영포럼에서 자본비율을 12%대로 유지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의 경영포럼 내용은 예전부터 계획했던 자본환원정책의 원론적인 방향으로 얼라인의 공개 주주서한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면서도 “그동안 감독당국의 스탠스와 얼라인의 주주환원 캠페인 등을 감안 시 올해 배당성향이 예년 대비 상당폭 상승할 여지는 있다고 판단한다”고 봤다.

이에 신한지주(19.24%)와 더불어 KB금융(21.43%), 하나금융지주(21.08%)의 주가가 급등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이들 은행의 공통점은 보통주자본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이라는 점”이라며 “업종 내 대표 대형주인 데다 3분기말 보통주자본비율이 12.6~12.7%로 12%를 웃돌아 배당성향 확대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4분기 실적 시즌의 관전 포인트는 배당성향 확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의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취지와 바젤3 최종안 도입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전년 대비 0.5%~1.0%p 상향을 전망했다.

금융당국의 스탠스 변화가 배당성향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은행·금융지주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및 가격 결정 등에 금융권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으나 12월에는 “어려움이 있을 때 감내할 수 있는 여력 내에서 배당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은행 배당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경기침체 환경에서 대손부담 상승이 예상되는 현 국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배당성향 확대와 이에 따른 주가 상승을 지나치게 기대하는 건 금물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는 배당성향 30% 조기 달성 기대를 단기간에 투영했다”며 “방향성은 분명하나 속도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