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자립정착금 수령 전 의무교육뿐
통장관리 경험 없어 지출통제 어려움 호소
실질적·구체적 교육 통해 실생활 활용토록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독립할 수 있도록 자립 단계별로 필요한 경제교육 내용과 제도를 세분화해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경제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진채 한국개발연구원(KDI) 시민사회교육팀장은 2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 한국경제교육학회 경제교육 심포지엄’에서 ‘취약계층 경제교육의 현황과 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돼 자립을 시작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500여 명이 살던 곳을 떠났다. 올해 6월부터는 보호아동의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보호를 연장할 수 있다.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에도 자립준비청년은 경제적·사회적·심리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소득은 평균 127만원이며 삶의 만족도는 일반 청소년(6.5점)보다 낮은 5.3점이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 있다'는 응답은 50%로 일반 청소년(13.1%)보다 훨씬 많았다.
KDI가 자립준비청년 10명과 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 가정위탁지원센터 등 유관기관 교육 담당자 5명을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FGI)을 실시한 결과 자립준비청년의 경제교육 실태도 미흡했다.
박 팀장은 “시설 거주 보호아동은 주기적으로 경제교육을 받지만 일상적인 경제생활을 위한 교육이 부족하고, 자립정착금 수령 전 의무교육을 제외하면 주기적으로 받는 경제교육이 없다”며 “자립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립준비청년은 500만원에서 2500만원가량의 자립정착금과 후원금 통장을 받는데, 통장이나 돈 관리를 직접 해본 경험이 없어 지출 통제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일부 부모는 자녀가 자립할 시기에 나타나 자립정착금을 빼앗아가기도 했다.
박 팀장은 “일부 양육시설에서는 매년 경제교육을 진행했으나 전연령대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내용을 강의해 보호아동의 자립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특히 지출·신용 관리 등 내용에 대한 교육이 대부분 자립 직전에 이뤄져 사실상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직접 통장을 만들거나 지출 및 소득 관리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정착지원금 수령을 위해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은행에 방문해 통장을 개설하거나 일주일 단위로 지출·저축 계획을 세운 뒤 실천·점검하는 등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DI 분석 결과 자립준비청년은 효과적인 신용카드 사용, 신용관리, 재무계획 수립, 보험에 대한 이해, 부동산 관련 제도 이해, 자신에게 필요한 경제정보의 수집과 활용 등 경제교육을 필요로 했다.
박 팀장은 “수요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제때 제공돼야 활용 가능성이 크기에 자립단계별로 필요한 경제교육 내용과 제도를 세분화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자립준비청년이 취업 후 소득이 발생하면 보험에 가입하게 되므로 보험교육도 추가로 공급돼야 한다. 부동산 사기피해 예방, 공과금 납부 방법 등 주거교육과 진로교육도 필요하다”고 봤다.
KDI는 앞으로도 취약계층 대상별 맞춤형 경제교육 자료를 개발해 경제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교육 형평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