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바꿔서 배당 늘리면 전 국민이 이익"

강성부 KCGI 대표 "기업 지배구조 개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돼”

"과도한 상증세·배당소득세, 기업 지배구조의 걸림돌"

"주주환원 신경 쓰는 기업 주목해야... 경영권은 천부인권 아냐"

'거버넌스대상' 제정, 10억원 기부 약정... 지배구조 우수기업 격려 차원

강성부 KCGI 대표는 16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상속·증여세와 배당소득세가 기업 지배구조의 걸림돌이다.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해 2대주주에 오른 뒤 경영권 분쟁에 영향력을 행사한 펀드로 유명하다. 최근 강 대표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함께 ‘한국기업거버넌스대상’을 제정해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한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다음은 강성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KCGI는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하는 사모펀드다.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를 정의한다면

- 거버넌스는 기업의 의사결정체계다. 수많은 의사결정이 반복돼 좋은 방향으로 누적되면 좋은 기업이 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한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기업이 빨리, 멀리 갈 수 있다.

KCGI가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원칙이나 기준은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특히 G에 주목한다. ESG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지만 저평가된 회사에 투자한다. 성장이 좀 더디다 해도 개선 가능성이 있으면 좋다. 거버넌스 개선만으로 주가나 기업가치가 오를 수 있는 회사가 많다.

다른 펀드는 저평가된 종목을 사서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만, KCGI는 저평가의 원인을 어떻게 해소할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구체적인 전략은.

-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토록 하고, 주주환원에 소홀한 기업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투자하고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할 것을 요구한다. 개선의 여지가 없는 회사에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경영권을 뺏길 정도의 위협을 느끼면 똑바로 경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으며 끌어내릴 수도 있다. 경영권은 천부인권이 아니다. 더 잘 경영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든지 가야 하는 게 맞다. 창업자도 쫓겨날 수 있는 게 바로 경영권이다.

기업 지배구조에 걸림돌이 있다면

- 과도한 상속·증여세와 배당소득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의 근본 원인이다. 최고 60%에 달하는 상증세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 부실계열사 지원, 대주주의 사익추구행위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상증세를 낮추는 것은 부자가 아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다. 세율을 낮추면 오히려 세금이 더 많이 걷힐 뿐만 아니라 대주주-소액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훨씬 줄어들고 사회 전반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누그러질 것이다.

배당소득세도 지적했는데

- 우리나라만 유독 배당에 대해 많은 세금을 물리고 있다. 실질세율이 50% 가까이 된다. 배당성향은 20% 수준으로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된다. 예전에는 고성장 시기에 재투자를 해야 하니 배당을 안 하는 게 정당화됐지만 지금은 대부분 업종에서 성장이 멈췄다.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할 수 있게끔 세제를 바꿔야 한다. 주요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2~3% 수준이다. 배당을 늘리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전 국민이 이익을 보게 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행동주의펀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 행동주의는 기업이 잘되게끔 만드는 ‘관여활동(engagement)’의 하나일 뿐이다.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행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버스 기사가 난폭운전을 한다면 승객이 ‘천천히 가 달라’, ‘울렁증 난다’ 얘기할 수 있지 않겠나. 마찬가지로 기업이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면 모든 펀드가 당연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배당을 더 달라’, ‘안전하게 경영하라’ 요구할 필요가 있다.

KCGI는 2018년 한진칼에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화를 요구했다. ‘제2의 한진칼’로 눈여겨보고 있는 기업은

- 구체적인 기업을 언급하긴 어렵다. 기본적으로 회사 성장동력이 있고 저평가된 기업을 항상 눈여겨보고 있다. 거버넌스 이슈가 문제 돼서 저평가된 경우 이 부분을 개선하면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KCGI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M&A 자금조달을 돕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이게 잘 안됐을 경우 액티비즘(행동주의)을 쓰는 것이다.

최근 ‘한국기업거버넌스대상’을 제정하고 총 10억원의 기부 약정을 했다

- 거버넌스 개선은 회초리만 들어서 되는 건 아니다. 잘한 기업에 당근도 주고 칭찬과 박수도 필요하다. 거버넌스 개선에 모범이 됐거나 앞으로 더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한 분이라도 더 긍정적인 일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5년간 2억원씩 후원하기로 했다.

일반투자자가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을 발굴하는 방법은

- 경영진과 같은 눈높이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의사결정체계를 이해하는 게 거버넌스를 이해하는 건데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너무 어렵게만 접근할 것도 아니다. 과거 행보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배당도 없고 주가 관리에도 관심이 없는 기업이라면 거버넌스가 합리적으로 되는 경우가 드물다. 또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반복되면 주주 이해에 반하는 결정이 나오기 쉽다. 이사회가 투명하고 합리적인지, 회사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는지 언론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각 주체가 노력할 점이 있다면

-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이기심으로 굴러가는 사회제도이기에 이기심 자체를 죄악시하면 안 된다. 하지만 기업이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정 노력이나 사회 환원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투자자의 각성도 필요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 중 투자자도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든지,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 제기도 안 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투자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도 목소리를 내야 투자자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언론도 소외된 투자자의 항변을 들어주는 신문고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 본 인터뷰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